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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국제)

스리랑카 연쇄 폭탄 테러 3주기, 밝혀지지 않은 그날의 진실

참 빛 사랑 2022. 3. 27. 19:09

2019년 4월 성 안토니오 성당에서 시작, 279명의 사망자 발생... 정부는 최종 조사보고서 공개 거부

▲ 네곰보 성 세바스티아노 본당의 한 신자가 2019년 4월 23일 테러 희생자들의 장례예절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고 있다. [CNS 자료사진]

 

배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테러 동기도 모호하다. 책임 있는 고위 공직자들은 하나둘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무려 2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019년 스리랑카 연쇄 자살 폭탄 테러의 진상 규명 작업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2019년 4월 21일 아침,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가 봉헌되던 성당들과 시내 호텔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폭탄 테러는 스리랑카 교회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콜롬보대교구장 말콤 란지스 추기경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테러 생존자들은 신체적, 정서적 상처를 그대로 안고 살아간다”며 “그리스도인들은 사법 당국의 불충분한 수사와 기소에 좌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란지스 추기경은 특히 테러 징후를 감지하고도 대응 조치를 하지 않은 치안 책임자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관리들은 해외 정보기관으로부터 여러 차례 테러 첩보를 받았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did nothing)”며 “사실 정부가 범인 검거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테러는 수도 콜롬보에 있는 성 안토니오성당에서부터 시작됐다. 대축일 미사가 끝나갈 즈음에 폭탄이 터졌다. 45분 후에 콜롬보에서 35㎞ 떨어진 네곰보의 성 세바스티아노성당에서 2차 테러가 일어났다. 이어 개신교 시온교회가 공격을 당했다. 시내 고급 호텔 3곳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이 일어나 외국인 45명이 희생됐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279명, 부상자 500여 명이 발생했다.
 

네곰보의 성 세바스티아노본당 피해는 처참할 정도로 극심했다. 신자 115명이 희생되고 280여 명이 부상당했다. 테러 피해자들을 돕는 프라사드 하르샨 신부는 “어디를 가나 상(喪)이 났다고 알리는 검은 깃발이 휘날렸다. 사람들은 신체뿐 아니라 영적으로도 상처를 입었다. 믿음과 신앙생활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수사 당국은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NTJ(내셔널 타우힛 자맛)를 사건 배후로 지목하고 용의자 100여 명을 검거했다. 배후 조종 혐의를 받는 25명에 대한 재판은 지난해 11월에야 시작됐다. 수사와 기소, 재판 속도가 ‘지독하게’ 느리다. 그리스도인들은 수사 결과는 물론 재판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더 큰 혼란과 보복 테러가 두려워 사건을 적당한 선에서 덮으려 한다고 의심한다.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는 테러 발생 직후 자신들이 사건 배후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그들과 연계된 자국의 테러 분자들이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이슬람 사원 테러(2019년 3월 15일)에 보복하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발표는 설득력이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테러 조직이 한 달여 만에 대규모 보복 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그것도 불교의 나라를 범행 장소로 택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많다. 스리랑카는 인구(2100만 명)의 70%가 불교도다. 힌두인은 13%, 그리스도인은 10% 정도다. 가톨릭 신자는 150만 명이다. 스리랑카는 2009년 내전 종식 이후 뉴스에 등장할만한 테러 공격이 없었다.
 

정부는 테러에 관한 최종 조사보고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과실치사와 직무태만 혐의로 기소된 치안 책임자들은 무죄 판결을 받아 풀려나고 있다.
 

란지스 추기경은 “정부는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덮고 손을 씻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시 대선을 앞둔 정치 기득권 세력이 사회 혼란을 부추길 의도로 테러 경보를 뭉갰는지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국민은 여전히 많은 의문을 품고 있고, 그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