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보고타 엘도라도 공항을 통해 입국한 나바에스 수녀는 몰려든 기자들 앞에서 “억류돼 있으면서 말리와 콜롬비아, 그리고 전 세계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피랍자들을 생각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대로 남겨져 있는가”라며 세계 도처에 억류돼 있는 피랍자들의 안위를 걱정했다.
원죄 없으신 마리아의 프란치스코 수녀회 소속인 나바에스 수녀는 말리 카랑가소에서 의료센터를 운영하다 2017년 2월 이슬람 반군에게 끌려갔다. 그동안 콜롬비아 주교회의와 정보기관, 교황청 등이 수녀의 석방을 위해 반군 측과 수차례 협상을 벌였다.
그는 “서로 존중하기는 했지만 납치범들은 항상 ‘이슬람만이 유일한 종교’라고 되뇌면서 나를 차별했다”고 말했다. 또 “그들이 몇 걸음 뗄 수 있도록 허락하면 사막을 걸으면서 시편을 암송했다”며 “그 짧은 자유의 순간에 바친 기도와 암송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반군이 활동하는 이슬람 국가에서는 가톨릭 성직자와 수도자 피랍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2013년 시리아 동부에서 피랍된 이탈리아의 파올로 달롤료(예수회) 신부는 지금까지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18년 리비아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피랍된 피에르 루이지 마칼리 신부는 2년 만에 석방됐다. 지난해 말에는 나이지리아의 모세스 치크웨 주교와 운전기사가 납치됐다가 닷새 만에 풀려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예멘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됐던 인도의 톰 우준날리(살레시오회) 신부는 피랍 18개월 만인 2017년 9월 풀려났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