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시절 유신헌법 무효를 주장해 투옥됐던 초대 원주교구장 지학순(1921~1993, 사진) 주교가 46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는 17일 지 주교의 재심 공판에서 “대통령 긴급조치 1ㆍ2ㆍ4호는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면서 “이는 현행 헌법에 비춰보더라도 위헌으로 무효이기에 범죄가 안 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주거 제한 명령을 받은 상태에서 밖에 나가려다 공무원을 밀쳤다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선 “실체 판단을 할 수 없다”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내란 선동 혐의는 “재심 사유가 없다”며 유죄를 유지했다. 지 주교 유족은 유죄 판결을 받은 부분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65년 초대 원주교구장에 임명된 지 주교는 1974년 ‘유신헌법 무효’ 양심선언을 발표하고 체포돼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았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해 가톨릭교회는 대대적 구명운동을 벌였고 지 주교는 1975년 석방됐다. 이후 민주화와 인권 운동에 힘을 쏟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6ㆍ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지 주교를 ‘시대의 양심’으로 칭송하며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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