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원천에 이르는 네 갈래 길
이번 호부터는 교리서 제4편의 제2장 기도의 전통을 살펴봅니다.
교리서는 기도라는 내적 충동이 자연 발생적으로 분출해서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기도하면 기도하고 싶은 마음(원의)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성경에서 기도를 알려 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거죠. 이런 측면에서 그리스도교 기도 전통의 관점에서 기도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기도의 원천①
그리스도 신자들의 삶의 중심이자 원천은 그리스도이십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또한 우리에게 샘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을 통해 우리가 샘이신 당신에게서 생명의 물을 얻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다. 말하자면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생명의 샘에 이르는 수로를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기도의 전통에서 기도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수로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고 교리서는 밝힙니다. 하느님 말씀과 교회의 전례, 향주덕(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덕), 그리고 ‘오늘’이라는 특별한 시간입니다. 이 가운데 두 가지만 우선 살펴봅니다.
하느님 말씀(2653~2654항)
교회는 “모든 신자 특히 수도자들이 성경을 자주 읽음으로써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을 얻도록 강력하고 각별하게 권고합니다.” 이와 함께 “성경을 읽을 때는 하느님과 인간의 대화가 이뤄지도록 기도가 따라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에는 하느님께 말씀을 드리는 것이고,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읽을 때에는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이기 때문”입니다(계시헌장 25항; 교리서 2653항).
예수님께서는 기도와 관련해서 이렇게 가르치셨습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마태 7,7).
교회 영성의 교부들은 이 말씀을 풀이하면서 기도 중에 하느님 말씀으로 들어 높여진 마음가짐을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읽으면서 찾으십시오. 그러면 묵상을 통해서 발견할 것입니다. 기도하면서 두드리십시오. 그러면 관상을 통해서 열릴 것입니다”(2654항).
앞으로 살펴볼 기회가 있겠지만 여기서 묵상과 관상의 차이를 간단히 알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위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묵상은 기도하는 사람의 의지가 발동합니다. 그러나 관상은 나의 의지가 발동하기보다는 하느님께서, 그리스도의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을 열어 주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의 전례(2655항)
하느님께 바치는 교회의 공적 예배인 전례는 “성령 안에서 성부께 드리는 그리스도의 기도에 참여하는 것”(1073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교회는 “그리스도인의 모든 기도는 전례에서 시작되고 전례로 완성된다”고 가르칩니다. 교회의 성사 전례를 통해 구원의 신비를 선포하고 구현하고 전달하는 그리스도와 성령의 사명은 신자들의 기도하는 마음 안에 계속됩니다.
신자들은 전례가 거행되는 동안만이 아니라 전례가 끝난 후에도 기도를 통해서 전례를 내면화합니다. 전례는 교회의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성무일도, 곧 시간전례까지도 비록 골방에서 바친다 하더라도 그 기도는 언제나 교회의 기도이며, 이 기도를 통해 신자들은 거룩하신 성삼위와 일치를 이룹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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