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타브가 '빵의 기적 기념성당'
▲ 교회 전승은 예수께서 '빵의 기적'을 행하신 장소가 바로 타브가라고 한다. 초세기부터 많은 신자가 이곳을 순례했고, 예수께서 빵을 얹으셨다는 바위 위에 제대를 쌓고 성당을 지었다. 사진은 빵의 기적 성당 제대 모습. |
▨ 빵의 기적
복음서는 예수께서 행하신 기적 40개를 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네 복음서 모두가 소개하고 있는 유일한 것이 바로 '빵의 기적'이다. 예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넘는 군중을 배불리 먹이는 기적(마르 6,30-44; 마태 14,13-21; 루카 9,10-17; 요한 6,1-15) 내용이다. 복음서 저자들은 이 빵의 기적이 예수의 일생에서뿐 아니라 구원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임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예수께서도 직접 이 빵의 기적에 관한 의미를 자세히 설명(요한 6,22-59)해 주셨다.
빵의 기적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묵상 글로 정리했다. "하느님께서 땅을 통해 인간에게 주시는 선물 세 가지는 빵과 포도주, 올리브 기름(시편 104편)이다. 빵은 창조주가 선하시고 피조물이 좋다는 사실을 실체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단순한 일상생활의 소박함을 상징한다.
갈릴래아에서 벌인 예수의 활동이 끝나갈 무렵 그분이 이루신 빵의 기적은 그분의 메시아로서의 사명을 보여주는 탁월한 표징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 그분 활동의 갈림길이 되기도 했으며 그때부터 그분의 활동은 뚜렷하게 십자가로 향하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빵의 기적이 이뤄진 끝에, 사람들이 예수를 임금으로 모시기에 앞서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요한 6,14)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구원을 순전히 물질적으로만, 잘 먹고 잘사는 것으로만 보았다. 그래서 인간을 그런 존재로 축소시키고 아울러 하느님을 사실상 완전히 제외시켜 버렸다.
인간을 인간으로서 먹여 살리는 선물은 그보다 더 위대하고 다른 수준에 속하는 것이어야 한다. 율법을 통해서 하느님 말씀을 양식으로 삼을 수 있다(요한 4,34 참조). 그러나 율법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뒷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율법은 '그림자'일 뿐이다.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요한 6,33).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5). 이것은 예수께 대한 믿음으로 이뤄진다. 이 말씀에는 육화, 곧 말씀이 사람이 되신 행위가 최종 목표에 이르게 되었으며 최종적인 완성이라는 사실이 암시된다. 그것은 죽음에까지 이르는 예수의 자기 헌신과 십자가의 신비다. 무엇보다 성체성사의 근본이 되는 예수의 제헌을 가리킨다. 예수께서 하신 빵의 담화에서는 육화에서 부활에 이르는 길을 거치면서 성체성사를 향해 방향을 잡는다. 그리하여 성찬례는 그리스도인의 실생활에서 중심을 차지하게 됐다"(「나자렛 예수」 1권, 390~402쪽 참고)
▲ 타브가 '빵의 기적 기념 성당' 전경. |
▨타브가
예수께서 이 빵의 기적을 행하신 곳이 '일곱 우물'이 있던 타브가 지역이라고 교회 전승은 밝히고 있다. 타브가는 예수께서 '참행복'에 관해 산상설교를 했던 쉐이크 알리 산 아래 갈릴래아 호수 서북쪽 연안에 있다. 예수 시대 이전부터 이 지역을 '일곱 우물'을 뜻하는 히브리말 '엔 세바', 아랍말 '아인엣 타브카', 그리스말 '헤프 타페곤'이라 불렀다.
타브가는 성경 표현대로 '외딴 곳'(마태 14,13; 마르 6,32)이다. 오늘날도 순례자들의 발걸음 소리만 메아리칠 정도로 한적한 곳이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께서는 자신이 거주했던 카파르나움에서 약 3㎞ 거리에 있는 외딴 이곳을 간혹 찾아와 군중을 피해 조용히 쉬며 기도를 했다.
그런데 마르코ㆍ마태오ㆍ요한 세 복음서는 예수께서 빵의 기적을 행하신 장소를 모두 '외딴 곳'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루카만이 '벳사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벳사이다는 타브가와 정반대 지역이다. 카파르나움에서 타브가는 서쪽, 벳사이다는 동쪽에 있다.
유일하게 루카만이 빵의 기적 장소를 밝히는데도 베드로와 안드레아, 필립보의 출생지인 벳사이다에서 빵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성경고고학자들의 일반적 입장이다. 우리말로 '어촌'이란 뜻의 벳사이다는 많은 상인이 드나드는 항구 마을로 결코 외딴 곳이 아니다. 또 루카는 다른 세 복음서 저자들과 달리 예수의 목격 증인이 아니고, 팔레스티나의 지형도 잘 모르는 저자였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 450년께 지었던 비잔틴 양식의 성당 유적으로 남아있는 바닥 모자이크. |
빵의 기적 장소가 타브가라는 증거는 교회 전승에서 찾을 수 있다. 타브가는 초대 교회 때부터 순례의 중심지였다. 350년께 예수께서 빵을 얹으셨다고 하는 바위를 제대로 하는 성당이 세워졌고, 많은 순례자가 이곳을 방문해 바위의 작은 돌들을 가져갔다. 또 450년께에는 비잔틴 양식의 새 성당이 세워졌고, 그때 설치한 모자이크를 지금도 볼 수 있다.
타브가 성당은 614년 페르시아군과 637년 무슬림의 침입으로 완전히 파괴된 후 1300여 년간 폐허로 남아있다가 1932년 독일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굴됐다.
▲ 예수께서 빵의 기적을 행하실 때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얹어 놓으셨다는 바위. 바위 밑에는 물고기 두 마리와 빵 4개가 들어있는 성합이 모자이크 돼 있다. |
지금의 타브가 성당은 독일 가톨릭교회의 도움으로 지어졌다. 1982년 봉헌된 이 성당은 성 베네딕도회 예루살렘의 성모승천수도원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성당 주변 성지는 '독일 성지회' 소유다. 넓은 정원을 지나 성당으로 들어서면 제대 주변으로 5세기 비잔틴 성당의 화려했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바닥 모자이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예수께서 빵의 기적을 행하셨다고 전해지고 있는 바위 바로 위에 제대가 있고, 바위 밑에는 물고기 두 마리와 빵 4개가 들어있는 성합이 모자이크 돼 있다. 빵 4개만이 모자이크가 돼 있는 까닭은 매일 미사를 통해 행해지는 성체성사가 나머지 하나의 빵이기 때문이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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