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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들에 봄봄]꽃향기 따라 봄 기행

참 빛 사랑 2015. 3. 5. 10:06

 

1 눈부신 봄의 첫 얼굴, 제주

 

 

유난히 길었던 겨울이 슬그머니 뒷걸음질 치고 온기가 대기를 감싸 안으면 멀리서 오는 손님 맞듯 봄 마중을 나갈 때다. 남녘에서 전해오는 꽃 소식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니 잠들었던 미각을 깨우는 봄 별미도 찾을 겸 나들이 떠날 채비를 하자. 살랑 불어오는 바람도 향긋한 봄을 머금었다. '식탁 위에 엎질러진 물처럼' 그렇게 봄이 오고 있다.

3월, 전국의 산과 들에는 추운 겨울을 이겨낸 꽃망울들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솔솔 불어오는 꽃향기 따라 봄 마중 가는 길,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완연한 봄이다.

 

제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르고도 완연한 봄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2월 초부터 섬 곳곳에 봄꽃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제주. 그중에서도 제주도 남쪽 끝 따뜻한 서귀포 앞바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올레길은 섬 안에 동장군이 채 물러가기도 전에 봄의 첫 얼굴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눈부신 바다 위에 우뚝 선 외돌개부터 봄빛 가득한 올레길이 시작된다. 따뜻한 봄볕에 기운을 얻은 소나무들이 진한 솔 향을 뿜어내고, 그림 같은 문섬과 새섬, 범섬의 풍광을 감상하며 느린 걸음을 내딛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펼쳐지는 노란 유채꽃길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천지연폭포 상류에 위치한 걸매생태공원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빨리 매화와 봄꽃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2 아슴아슴 어린 봄빛, 섬진강 봄꽃

이른 봄, 언 땅을 떨치고 일어난 봄꽃들이 포근한 봄소식을 전하는 섬진강변은 3, 4월이면 흰 매화와 노란 산수유, 연분홍 벚꽃이 꽃 대궐을 이룬다. 차례로 꽃망울을 터뜨린 색색의 꽃들과 푸른 하늘을 품은 섬진강 은빛 물결이 그야말로 황홀한 봄 풍경을 선사하는 곳. 초봄 강 안개 속 연둣빛 차밭과 어우러진 고요한 풍경도 좋고 봄의 전령들이 저마다의 색을 뽐내는 화려한 풍경도 좋다. 특히 섬진강을 벗 삼아 19번 국도를 타고 달리는 '십리벚꽃길'은 하얀 눈처럼 피어난 벚꽃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명소다. 매년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흐드러지게 핀 봄꽃들을 보기 위한 긴 행렬이 이어진다. 그중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5km 구간은 연분홍 벚꽃길과 맑은 화개천, 첩첩이 쌓인 지리산 자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사랑하는 연인이 손을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한다 해 혼례길이라고도 불리는 길이다.



3 붉게 영근 동백의 마음, 거제 지심도

모진 한파에도 붉디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동백은 한겨울에 피기 시작해 겨울꽃이라 여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동백의 절정기는 3월 하순부터 4월 초다. 꽃잎이 낱장으로 떨어지는 여느 꽃들과는 달리 꽃송이째 툭 떨어지는 동백은 꽃이 지기 직전 가장 붉게 타오르며 강렬한 빛을 내뿜는다. 거제 장승포항에서 뱃길로 15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섬의 모양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고 해 이름 붙은 지심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숲으로 보일 만큼 수목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그중 70% 정도가 동백나무로 뒤덮여 있어 거제도에서는 지심도보다 '동백섬'으로 더 잘 알려졌다. 3월 지심도 동백의 아름다움은 단연 으뜸이다. 쪽빛 파도가 넘실대는 남해바다 한가운데 붉게 피어난 동백의 마음, 마지막 빛을 뿜어내는 탐스러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섬 곳곳에서 매화와 목련, 노란 수선화도 함께 피어난다.



4 수줍게 붉힌 연분홍 봄소식, 금산 보곡산골 산벚꽃

벚꽃은 사는 곳에 따라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남도의 벚꽃이 화려하고 풍성하다면 산골 마을에 피어나는 산벚꽃은 수줍은 듯 소담하다. 전국 최대 산벚꽃 자생군락을 자랑하는 충남 금산군 군북면 보곡산골은 봄이면 만개하는 산벚꽃으로 희고 붉은 꽃 세상이 열린다. 금산 서대산 끝자락에 위치한 외딴 마을, 산골이라 평지보다 기온이 낮은 탓에 개화 시기가 타 지역보다 한 템포 늦다. 3월 초까지 얼음이 어는 이 마을은 4월이 되면 연분홍 꽃들을 피워내며 신비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깊은 오지마을에서 사람의 손때가 덜 탄 산벚꽃은 소녀의 분홍빛 볼 같다. 요란하지 않고 은은하다. 벚꽃뿐만 아니라 조팝나무, 산딸나무, 병꽃나무, 생강나무도 꽃을 피운다. 아늑하게 산자락을 감싸 안은 꽃향기에 취해 조용히 마음을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지는 꽃이 아쉬울 무렵, 혼잡한 상춘객 인파를 피해 수줍고 소박한 산벚꽃을 만나보자.



5 진달래가 그린 봄, 여수 영취산


온기가 닿는 곳마다 색색의 옷을 갈아입는 남녘의 봄. 여수 영취산은 봄이 되면 진달래로 온산이 붉게 달아오른다. 30, 40년생 진달래 수십만 그루가 촘촘히 무리 지어 있는 이곳은 산중턱에서 정상까지 진달래로 뒤덮여 흡사 진분홍 물감을 뿌려놓은 듯 황홀한 풍경을 그려낸다. 어디서 이런 분홍빛이 나왔을까. 포근하고 따뜻한 풍경 속에 폭삭 안기고 싶은 마음이다. 여수반도의 주산인 영취산은 예로부터 지역민들에게 신령스러운 산이었다. 전통기원 도량이었던 금성대가 있고, 그 아래 도솔암이 오늘에까지 전해지고 있다. 임진왜란 때 전라 좌수사였던 이순신 장군을 도와 700여 명의 승려 수군이 의병 활동을 한 호국사찰 흥국사도 유명하다. 정상인 진례봉에 오르면 붉게 물든 산등성이와 저 멀리 쪽빛 여수 앞바다를 발아래 굽어볼 수 있다.



6 눈처럼 내려앉은 봄, 광양 매화마을


지리산 자락을 수놓으며 굽이굽이 흘러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다 보면 하얀 꽃구름이 골짜기에 내려앉은 듯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봄철 섬진강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매화이지만 마을사람 대부분이 매화나무를 키운다는 광양 다압면의 매화마을은 매년 3월 하얗게 만개한 매화꽃이 백설처럼 내려앉아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아직 지리산 능선에 잔설이 희끗희끗 남아 있는 3월 초순, 눈 속에서도 가장 먼저 봄을 알아차리고 꽃을 피우는 매화의 아찔한 향기가 묵은 겨울을 털어낸다. 얕은 바람 한 점에도 눈처럼 흩날리는 봄꽃의 매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마을 정상에 올라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과 매화꽃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해보자. 새콤한 매실로 만든 음식을 맛보면 입까지 즐거운 여행이 된다.





 

7 봄 벚꽃에 취하다, 진해


봄이면 전국 어디서나 벚꽃을 볼 수 있는 우리나라지만 도시 전체가 거대한 꽃송이로 변하는 진해는 여전히 벚꽃의 고장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국 뉴스 전문 채널 CNN에서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에 소개된 여좌천을 비롯해 경화역과 안민고개, 장복산공원 등 눈길이 닿는 곳마다 연분홍빛 벚꽃에 휩싸인 눈부신 풍경을 뽐낸다.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열리는 진해 벚꽃축제(군항제)는 남녘의 봄을 알리는 대표 축제로 유명하다. 특히 이 시기 경화역에서 세화여고에 이르는 길은 800m에 걸친 벚꽃터널이 장관을 이루는데, 탐스럽고 화사한 벚꽃에 취해 봄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산책 겸 거닐기 좋은 시루봉에 오르면 탁 트인 거제 앞바다까지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8 해발 1,165m 위 꽃 정원, 지리산 바래봉 철쭉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 같다고 해 이름 붙여진 지리산 바래봉. 둥그스름하고 순한 산릉은 봄이 되면 울긋불긋 꽃 정원으로 변한다. 사람 허리 정도 높이의 철쭉이 무리 지어 군락을 이루는데 그 모습이 마치 누군가 일부러 가꿔놓은 것 같다. 1970년대, 이 일대의 양들이 독성이 있는 철쭉만 남겨놓고 잡목과 풀을 모두 먹어 이와 같은 철쭉 정원이 됐단다. 지리산 철쭉은 꽃잎이 크고 색이 곱기로 유명하다. 봄이 깊어지면 초록으로 뒤덮인 웅장한 지리산 자락과 소담하게 자리 잡은 진분홍빛 철쭉이 어우러져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비래봉 철쭉의 백미는 정상에서 약 1.5km 떨어진 팔랑치 구간. 해발 500m를 기점으로 하단부는 5월 초, 8부 능선은 5월 중순 이후 절정을 이룬다.



9 바위산을 뒤덮은 노란 꽃다발, 응봉산 개나리


서울 중랑천 줄기와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야트막한 산. 모양새가 매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응봉(鷹峯)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응봉산은 노란 개나리로 서울의 봄을 알리는 산이다. 1980년대 바위산인 이곳에 사방(砂防)용으로 심은 20만 그루의 개나리가 봄의 메신저가 됐다. 이르면 3월 중순부터 쫑긋 고개를 내미는 개나리는 금세 노란 꽃다발로 변해 산을 뒤덮는다. 전국에서 가장 큰 개나리 숲이다. 나무 데크와 공원이 조성돼 가뿐히 오르기에도 좋다. 산책로를 따라 노란 개나리와 분홍 진달래, 탐스러운 목련과 벚꽃까지, 봄의 정취를 듬뿍 담은 봄꽃 사이를 걷다 보면 어느새 성큼 다가온 온기 가득한 계절을 실감하게 된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노정연 ■사진 제공 / 거제시청, 금산군청, 남원시청, 여수시청, 창원시청

 

 

양산 통도사 붉게 물들인 홍매

해마다 2월이면 경남 양산 통도사의 홍매화가 꽃을 피운다. 신라 시대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법명을 따라 ‘자장매’라 불리는 꽃이다. 고고하면서도 화려한 자태가 보는 이의 넋을 잃게 한다. 수령은 약 350년에 이른다. 통도사에 홍매화가 필 무렵 김해건설공고에는 ‘와룡매’가 꽃술을 연다. 나무의 자태가 용이 꿈틀대는 듯하다 해서 그리 불린다. 김해건설공고 인근에는 수로왕릉, 국립김해박물관 등 가야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유적이 많다. 꽃구경 핑계 삼아 봄나들이 떠나볼 만하다. 양산시청 문화관광(055)392-3233.

전남 장흥 묵촌 300년 된 동백숲

남도의 봄은 장흥 정남진 바닷가에서 시작된다. 바다를 건너온 촉촉한 봄바람은 묵촌리(행정명 접정리)에 이르러 동백꽃을 한껏 들뜨게 만든다. 용산면 묵촌리 동백림은 수령 250~300년의 고목 140여 그루가 모인 아담한 숲이다. 툭툭 떨어지는 동백 꽃비를 맞으려면 3월 중 찾길 권한다. 천관산 동백생태숲은 광활한 동백숲이 자랑이다. 계곡을 따라 약 20만㎡에 걸쳐 동백 군락지가 형성됐다. 장흥토요시장은 장흥삼합 등 먹거리 천국이다. 토요일과 날짜 끝 자리가 2·7일인 날 오일장이 선다.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24.

거제 지심도 해안 숲길 옆 동백길

경남 거제 지심도는 국내 내로라하는 동백 군락지 중 한 곳이다. 섬의 식생 중 50% 정도가 동백이다. 그 중 대부분은 100년 이상 된 동백이다. 그 덕에 해마다 봄이면 붉은 동백꽃이 해안을 따라 터널을 이룬다. 지심도 동백은 12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 4월 하순이면 대부분 꽃잎을 감춘다. 2월 말~3월 중순이 꽃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거제도 남쪽 우제봉 산책로에도 동백꽃이 흔하다. 해금강 등 주변 바다 비경이 어우러져 꽃 보는 재미를 더한다. 도다리쑥국은 거제의 봄을 더욱 향긋하게 만든다. 거제시청 문화관광과 (055)639-4172.

순천 선암사·향매실 마을의 꽃그늘

전남 순천 선암사의 매화는 ‘선암매’로 불린다. 수백 년 동안 꽃을 피워낸 고목이 천연기념물 488호로 지정됐다. 매화나무들이 종정원의 고색창연한 담장을 따라 고운 꽃그늘을 드리우는데, 짙은 매화 향기에 절로 취할 정도다.

순천향매실마을도 이채롭다. 산자락을 따라 하얀 매화가 구름바다를 이룬다. 마을 단위로는 전국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곳이다. 음력 1월에 피는 ‘납월매’로 이름난 금둔사와 조선 시대 읍성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낙안읍성 민속마을도 봄날을 만끽하기 좋은 탐방지다. 순천시 관광안내소1577-2013.

제주는 매화·수선화·유채꽃 잔치

제주를 빼고 봄꽃을 논하랴. 한림공원은 수선화와 매화가 차례로 꽃을 피우는 곳. 60년 묵은 능수매와 20년 이상 된 백매, 홍매, 청매가 일찌감치 꽃을 틔워냈다.

노리매에서는 매화와 수선화, 유채 등 제주의 봄에 한껏 취할 수 있다. 고매한 선비 같은 수선화의 자태가 일품이다. 제주의 전통 배인 테우 체험도 놓치지 말자. 카멜리아힐은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다양한 동백꽃이 쉬지 않고 피고 지는 수목원이다. 늘 붉은 카펫이 깔린 듯하다. 제주들불축제(5~8일)와 시간을 맞춰 돌아보길 권한다. 한림공원 796-0001(이하 지역번호 064), 노리매 792-8211, 카멜리아힐 792-0088.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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