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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생활

500년 전 프레스코화, 습포 클리닝으로 방금 그린 것처럼 복원

참 빛 사랑 2024. 11. 7. 16:29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소성당 천장화. 출처=바티칸박물관 홈페이지

바티칸은 교황님이 계시는 곳이라 가톨릭 신자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당연히 압도적인 규모와 아름다움의 극치인 성 베드로 대성전을 방문하게 되겠지만, 잊지 말아야 할 곳이 시스티나 소성당이다.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가 열리는 공간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르네상스의 천재 예술가인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장화가 있기 때문이다. 500년 전에 그려졌음에도 마치 방금 그린 것처럼 화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천장화도 수십 년 전에는 그동안 쌓인 먼지와 때, 특히 초에서 발생하는 그을음으로 인해 복원이 필요한 상태였다. 1980년에 시작된 복원작업은 1994년에 완료되었다. 이 복원작업에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묵은 때를 원작의 손상 없이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습포 타입의 클리닝 방법이 이목을 끌었다. 클리닝에 적합한 용제와 계면활성제 등을 습포 형태로 만들어 벽화 부분에 접착하고, 일정 시간 후에 이 습포에 흡착된 때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브의 창조’ 클리닝 중과 후. 출처=Michelangelo e ka pittura a fresco, Alessandro Conti, la casa Usher

작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이 과거에 비해 너무 환해져서 새로 그림을 그렸다는 오해를 받기에 이르렀다. 그간 어두운 천장화에 익숙해진 면도 있었지만, 500년 전 그림이 세월의 흔적 없이 이렇게 잘 보존되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밀은 이 작품이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려졌다는 데 있다. 프레스코는 과거 유럽 등지에서 활용된 일반적인 벽화기법으로, 회반죽(소석회와 모래)이 마르기 전에 안료와 물만으로 그려 석회가 굳음과 동시에 벽의 일부가 되기 때문에 보존성이 매우 뛰어나다. 회반죽이 마르기 전에 그림을 완성하지 못하면 이미 굳어버린 부분을 깨내고 다시 작업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따라서 한 번에 작업할 수 있는 구역이 한정된다. 이를 이탈리아어로 한나절이라는 의미인 ‘죠르나타(Giornata)’라고 한다. 프레스코화는 수많은 죠르나타로 구성된다. 이것을 세어보면 작업 기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를 얼추 계산할 수도 있다고 한다.

미켈란젤로가 이 천장화를 시작한 부분을 보면 죠르나타가 몰려 있다. 이는 조각가인 그가 프레스코를 시도하면서 처음에는 작업 속도가 매우 늦었거나 많이 수정했음을 보여준다. 프레스코 작업은 보통 작가와 회벽을 바르는 전문 미장공이 공동으로 하는데, 미켈란젤로의 경우 미장공과의 협업 여부는 알려진 바 없지만, 그림 자체는 조수의 도움 없이 4년에 걸쳐 그렸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천장을 올려보면서 작업한 탓에 목과 눈에 병을 얻어 타계 전까지 고통에 시달렸다고 알려져 있다. 왜 굳이 제작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고된 프레스코 방식을 선택했을까? 작품의 보존성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시스티나 소성당의 천장화를 볼 기회가 생긴다면 이를 제작한 미켈란젤로의 노고에 경의를 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