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르멜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인 이날 태국ㆍ캄보디아ㆍ미얀마 교황대사이자 라오스 교황사절 직무를 수행해온 아만치아 명의 대주교인 장인남 대주교를 네덜란드 주재 교황대사로 임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장 대주교는 이미 지난 6월 말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외교사절 신임장)을 받았다. 이로써 2012년 8월 태국ㆍ캄보디아 교황대사와 라오스ㆍ미얀마 교황사절, 2017년 8월 3개국 교황대사와 교황사절을 유지하면서 초대 미얀마 교황대사에 임명됐던 장 대주교는 10년 만에 정들었던 동남아 선교지를 떠나 가톨릭 신앙의 활력을 잃어가는 네덜란드로 향하게 됐다.
1949년 충북 청주 태생으로 대건신학대학(광주가톨릭대)을 나온 장 대주교는 1976년 12월 17일 사제품을 받고 청주교구 교현동본당 보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차장을 거쳐 로마로 유학, 1985년 교황청 라테라노대학에서 교의신학 박사학위를, 교황청 외교관 학교에서 교회법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1985년 5월 바티칸 외교관으로서 첫발을 내디뎠고, 엘살바도르ㆍ에티오피아ㆍ시리아ㆍ프랑스ㆍ그리스ㆍ벨기에 교황대사관을 거쳐 2002년 10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교황대사에 임명돼 2003년 1월 주교품을 받고 방글라데시ㆍ우간다 주재 교황대사로 5년씩 사목했으며, 태국ㆍ캄보디아ㆍ미얀마 등 동남아 3개국 교황대사와 라오스 교황사절로 10년간 사목함으로써 아시아, 아프리카에서만 20년간 교황대사로 사목한 뒤 네덜란드 주재 교황대사로 부임하게 됐다. 부모가 모두 북한 평양교구 출신으로, 1ㆍ4후퇴 때 월남해 북한 천주교회에 대한 깊은 사목적 관심을 가진 사제이기도 하다.
교황청 외교관으로만 38년째 사는 장 대주교가 이번에 부임하는 네덜란드는 지난 수십 년간 세속화 영향으로 가톨릭 신자 수가 두드러지게 감소했지만, 1970년대 한때는 복음화율이 40%를 넘었고, 지금도 남동부 일대는 가톨릭 교세가 살아 있다. 2016년 현재 대교구 1개에 교구 6개, 군종교구까지 총 8개 교구에 본당 1044곳, 성직자 2318명이 있으며, 전체 인구 1680만여 명 중 신자 수는 466만 9000여 명(27.8%)이다.
▨교황대사ㆍ교황사절=사도들은 교회 초석을 놓았을 때부터 ‘일치의 친교’를 구현하고자 사절을 파견했는데(사도 11,22 참조), 교황사절은 1500년 베네치아에 첫 번째 교황대사관이 설치된 이후 개별 국가나 국제기구에서 교황을 대표하는 직무를 맡아 왔다.(교회법 제363조) 교황사절은 교황대사나 교황공사, 국제기구에 파견되는 교황청 대표나 참관인(옵저버)를 모두 통칭하는 용어다. 교황대사는 바티칸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나라에 파견돼 해당국과의 친선관계를 증진하고, 지역교회에 대해 교황에게 보고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해당국에 바티칸 외교사절이 상주하지 않거나 미수교국인 경우에 교황을 대표해 파견되는 사절은 ‘좁은 의미의 교황사절’이라고 부른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