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안락사, 줄기세포 연구, 인공수정, 피임, 유전자 연구, 자살….
사회적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주제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하고, 어디까지 연구를 허용해야 하는지를 두고도 전문가마다 견해가 다르다. 인간 생명의 시작과 마침을 둘러싼 논쟁은 세계 어디에서나 공통사항이다. 논쟁은 늘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귀결된다. ‘인간 생명의 시작과 끝은 언제부터인가.’ ‘생명은 무엇이고, 죽음은 또 무엇인가.’
생명윤리 핵심 개념 쉽게 풀어
「생명, 그 소중한 시작과 마침」(대구가톨릭대학교출판부 / 1만 5000원)은 인간 생명의 시작과 죽음을 다룬 생명윤리 개론서다. 대구가톨릭대 인성교육원 유혜숙(안나) 교수가 5년간 학생들에게 강의했던 내용을 정리해 담았다. 생명윤리에 관한 핵심 개념들을 최대한 쉽게 풀어썼다. 논쟁 주제들은 찬반 입장을 모두 제시해 생명윤리의 다양한 관점을 소개했다. 유 교수는 “생명윤리를 공부하거나 생명윤리에 관심 있는 이들 누구나 쉽게 생명윤리를 이해할 수 있는 도서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이탈리아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와 라테라노대에서 윤리신학을 전공했다. 책은 당연히 가톨릭 교회 생명윤리 가르침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유 교수는 일부러 ‘가톨릭’ ‘교회 가르침’ ‘하느님’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하느님’ ‘종교’라는 말만 들어도 귀를 닫아 버려요. 그런 아이들에게 ‘가톨릭 교회 입장은 이렇다’라고 말하면 전혀 듣질 않죠. 다양한 생명윤리 논쟁들을 살펴보면서 ‘윤리적으로 보면 이렇다’라고 가르치고 있어요. 윤리적 성찰 안에 자연스럽게 가톨릭 교회 가르침을 녹여 내고 있습니다.”
가톨릭 생명윤리는 가장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받곤 한다. 생명 수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가톨릭 교회는 생명윤리 논쟁이 일면 “반대한다” “안 된다”라는 입장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유 교수에게도 어느 날 한 학생이 따지듯 물었다. “낙태도 안 돼, 피임도 안 돼, 자위행위도 안 돼, 안락사도 안 돼, 대체 가톨릭 교회는 되는 게 뭐예요?”
생명을 살리고 보호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유 교수는 “얼핏 보면 가톨릭 생명윤리는 무엇이든 반대하는 듯싶지만, ‘생명을 살리고 보호해야 한다’는 인류 보편의 가치 측면에서 보면 그럴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 한다”면서 “그런 원칙과 기준을 설득력 있게 알려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 생명윤리 특징이라면, 약자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배아와 태아, 노인, 환자 등은 자기주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지요. 약육강식의 시대에 약자를 배제하는 문화에서 가톨릭 교회가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죠. 인간이라면 배아든, 태아든, 건강하든 건강하지 않든 똑같이 존엄한 존재니까요.”
유 교수는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서 “생명윤리를 새롭게 알게 돼 일상에서 인간과 생명을 존중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분들이 많아지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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