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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내가 먼저 자비를 입었음을 깨닫는 은총(김하윤 가타리나, 한국가톨릭젊은이성령쇄신연합 회장)

참 빛 사랑 2025. 3. 1. 12:58
 



작년 루하(서울 청년 성령쇄신봉사회)에서 ‘자비’를 주제로 성령 피정을 준비하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마음을 겪게 되었다.

첫 번째 과정은 혐오감과 싫은 마음, 분노였다. 특정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었는데, 불쑥 올라와 버리곤 해서 조절할 수가 없었다. 그 혐오감을 들여다보니 첫 번째는 죄에 대한 싫은 마음, 하느님이 처음 만드신 모습과 멀어진 망가진 모습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한편으로 타인으로부터 혐오와 미움을 받았던 과거 내 모습과 함께 또 다른 이들이 나를 참아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만나줬던 사실도 떠올랐다. 분명 하느님의 마음과 멀어진 것은 끔찍한 일이다. 본연의 아름다움을 잃게 한다. 그것은 ‘혐오와 차별은 나빠!’라는 생각을 떠나 슬프지만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 또는 누군가를 통해 훼손된 그 아름다움을 회복시키고 새로 나게 하시는 분도 하느님이심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 방법은 회개, 즉 주님께로 돌아가는 것뿐임을 알게 되었다.

자비는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라는 걸 배웠다. 판단을 내려놓고 경계를 풀고 껴안는 것이다. 돌아온 탕자가 쥐엄나무 열매를 먹고 돼지를 치며 노숙하느라 꼬질해진 모습은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외적인 결과를 뛰어넘어 속에서 울고 있는 영혼을 안타까워하는 마음, 그 사랑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그렇게 꼬질했던 나를 받아줬던 경험은 사랑의 경험이며 자비의 체험이다. 내가 이미 사랑받고 있고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경험하면 사람은 바뀐다. 그것을 사람에게서 찾을 때 기대하고 실망하고 상처받는다. 그런데 하느님에게서 그 자비와 사랑을 느끼면 하느님을 소유하게 되고 그러면 연연해왔던 것들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이전 삶의 행적에서 나와 불편했던 관계와 겹쳐질 때이다. 복음에 나오는 원수는 처음부터 원수였을까? 나의 경우엔 아니었다. 서로 생각이 달라서, 추구하는 것이 달라서, 원하는 것이 있어서 뜻대로 되지 않는 상대방에 대해 부정적 감정이 올라오고, 거부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행동으로 표출해 원수가 됐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이 하고 싶어 하는 대로 하면 나는 끌려다니고 이용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거부감과 반발감이 올라왔다. 그런데 서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아갈 때 상대가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무얼 원하는지, 그게 결국 무엇을 위한 것인지 마음을 열어놓고 들을 때 서로 좋은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음을 배웠다.

손해 보는 것 같지만, 모든 것을 하느님 영광을 위해 하자는 지향을 공유하고 나누고 기도하며 나아갈 때 서로 기꺼이 내어주고 희생할 수 있게 되며 하느님 안에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 같다. 서로 그 마음의 크기가 달라도, 속도와 방식이 달라도 참아주고 덮어주는 사랑을 한다면, 내가 먼저 그 자비를 입고 믿음이 성장해왔음을 안다면, 우리를 만나기 위해 그분이 먼저 낮아지셨고 우리와 같아지셨음을 안다면 우리는 할 수 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



김하윤(한국가톨릭젊은이성령쇄신연합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