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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다시금 삼국시대가 도래했다. 남북으로 나뉜 분단국가라는 오명을 넘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극우’와 ‘극좌’로 분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혐오 섞인 언행이 나날이 극에 달하는 요즘, 갈등의 매듭을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도무지 감도 오지 않는다.
이들이 어떻게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게 됐는지, 궁금하던 차에 취재를 위해 양쪽 시위가 한창이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을 찾았다. 엄동설한에 시위 현장을 지키는 이유를 물었다. “미안하잖아요. 어른으로서 기자님 같은 젊은이들에게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해서 나왔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어떤 진영의 편이든지 시위 배경에는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염원이 담겨 있었다. 이후 나는 ‘어느 편이 낫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조금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게 됐을 뿐이다.
그러던 중 우연치 않게 책 한 권이 손에 들어왔다. 과학 전문기자 룰루 밀러는 그의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사람들은 결코 편안함을 진실과 맞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분류학적으로 어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과연 이 사회에 중요한지 고민했다. 이때 예로 든 것이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을 반박한 가톨릭 사제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의 고뇌’다.
코페르니쿠스가 자칫 목숨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실을 추구한 이유는 뭘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지구가 움직인다’(지동설)는 것을 알리고, 그들이 평생 믿었던 관념에서 서서히 손을 떼게끔 집요하게 매달린 이유가 궁금했다. 밀러의 친구는 고정관념에 벗어나 “수고스럽게 복잡한 사고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왜냐하면 “별들을 포기해야 우주를 얻을 수 있으니까!”
복잡한 사고를 방해하는 요소는 무수히 많다. 그러나 그것에 극단적으로 매몰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인간이 달에 착륙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하지 않았는가. 코페르니쿠스의 고뇌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가진 것을 놓았을 때, 더욱 값진 것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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