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제17회 정기학술대회 개최... 팬데믹 시대 인간 공동체성 재고와 가정의 역할 성찰
▲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가 ‘인간의 공동체성에 대한 재고와 제안’을 주제로 마련한 제17회 정기학술대회가 온라인 웨비나를 통해 열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인간의 관계성을 짚어보고, 가정 공동체 의미와 역할을 성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소장 박은호 신부)는 13일 온라인 웨비나를 통해 ‘인간의 공동체성에 대한 재고와 제안’을 주제로 제17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팬데믹이 가정에 미친 충격
리비오 멜리나(전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혼인과 가정 전문 대학원장) 몬시뇰은 팬데믹과 사회적 거리두기, 봉쇄 조치는 혁명적 변화를 밟고 있는 가정의 삶을 덮쳤다고 진단한다. 사회적 접촉의 제한으로 가정을 ‘새장 안’처럼 느끼고, 건강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의) 재택근무와 (자녀의) 원격 교육으로 일과 학업의 시간이 겹쳐짐으로써 가정 안에서는 갈등적 상황이 야기됐다는 것이다.
멜리나 몬시뇰은 “가정의 수입, 가정의 핵심 구성, 경제ㆍ사회ㆍ문화적 불평등은 위기의 영향을 차별화하면서 강하게 덮쳤다”면서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는 가능성 때문에 주의 깊게 성찰해야 할 결과는 ‘세대 간 충돌’이라고 설명했다. 몸을 통해 중재된 관계를 대체하려고 하는 디지털 소통 기술의 도입은 가정에 새롭게 우려되는 위험으로 직시했다.
가정, 관계성과 생성력을 촉진하는 대면과 접촉의 장(場)
멜리나 몬시뇰은 촉진해야 할 가정의 두 가지 특징으로 협력ㆍ상호성ㆍ충실성을 지닌 ‘관계성’, 생명을 환대하고 전달하는 ‘생성력’(generativity, 생명연속성)을 꼽았다.
리비오 멜리나 몬시뇰은 “한 사회가 비인간적이고 자기 파괴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정이라는 우선적 관계의 환경에서 연대성, 성실성, 상호 신뢰의 가치들을 길러낼 필요성이 있다”면서 “오직 유대의 안정성 안에서만 교육의 능력과 관련된 인격을 위한 긍정적인 기능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멜리나 몬시뇰은 “가정은 우리가 다시 숨 쉴 수 있고, 그 안에서 근본적인 관계들이 우리에게 정체성을 부여하고, 새로운 사회적 관계들을 생산해내며 우리에게 세상에서의 소명을 드러내 보여주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지정 토론자로 나선 김상용(광주가톨릭대 신학과 교수) 신부는 “가정은 마스크나 물리적 거리 두기로도 소거시킬 수 없는 대면과 접촉의 원시적인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얼굴들을 서로 친밀하게 보이고 봄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초월성을 알고 사랑하게 되는 가장 원초적인 학교이자, 만지고 만져지는 몸의 체험을 통해 주체와 자유의 탄생과 성장을 도모해 가는 삶의 가장 기초적인 훈련장”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비대면과 비접촉이 요구되는 시대적 상황에 가정 공동체라는 유대의 보호와 증진은 전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정은 사회 발전의 올바른 의미와 목표가 형성되는 요람이자, 원초적 욕망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못자리이기 때문이다.
신승환(가톨릭대 철학과) 교수는 ‘비대면 시대의 공동체 지형’이란 발표에서, “비대면 사회는 공동체를 흩어지는 공동체로 이해할 길을 열어놓는다”며 “(공동체는) 자신의 존재론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객체적 흩어짐을 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세계적 감염병이 불러온 불편한 진실은 내 안의 어둠을 직시하게 하는 것”이라며 “어둠을 마주하면서 인격체와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성찰적 작업은 어둠을 벗어나게 하는 고유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밖에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간호팀장 박영혜(마리 빅토리나) 수녀가 ‘비대면 시대의 공동체적 돌봄’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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