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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빛 사랑 2017. 1. 12. 16:58

서울 수서동본당, 세곡동성당 완공 22일 염수정 추기경 주례 성전 봉헌식

▲ 세곡동성당 전경 투시도


서울대교구 수서동본당(주임 임상만 신부) 신자들이 강남구 율현동 165-2번지에 세곡동성당을 완공하고, 22일 오전 10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새 성전 봉헌식을 거행한다.

수서동본당이 세곡동성당을 짓기로 한 것은 그린벨트 해제 지역인 세곡2주택 지구에 보금자리주택 등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최소 6000여 명의 신자가 몰려올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본당은 성당을 지어 놓지 않으면, 90% 이상 다른 지역에서 전입하는 신자들이 성당을 신축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대신 짊어지기로 했다.

본당은 종교 용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국토교통부와의 협의 끝에 2013년 5월 2590㎡(738평)의 대지를 마련했다. 건축위원회(위원장 김현기ㆍ김연수)를 구성한 후 2015년 3월 첫 삽을 뜬 지 1년 10개월 만에 지상 4층ㆍ지하 2층에 연면적 7198㎡(2178평) 규모의 새 성전을 완공했다. 본관동과 사제관동으로 나뉘어 성모의 마당으로 연결된 성당에는 700석 규모의 대성전과 만남의 방(300석), 연회장(300석), 북카페, 15개 교리실 및 어린이집을 갖췄다.

성당의 북쪽으로는 보금자리 주택단지, 남서쪽으로는 부드러운 능선의 작은 산이 있어 도심에서 전원생활을 만끽할 수 있다. 남측으로는 멀리 남한산까지 보인다. 성당 앞 도로를 건너면 공원이 조성돼 있어 미사 후 가족 나들이로도 좋다.

▲ 성전 로비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카나의 혼인잔치’. 수서동본당 제공




새 성전에 녹아 든 나눔·빛·선교

세곡동성당의 건축 주제는 나눔ㆍ빛 ㆍ선교다. 나눔은 신자들의 생활 전반을 포괄하는 만남과 회합, 혼인을 중심으로 친교를 이루는 나눔의 공동체를 추구한다. 신자들이 함께 모여 종교생활을 하고 친교를 나누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동선을 짰다. 특별히 혼인미사에 최적화된 구조로, 대성전과 신부대기실, 연회장, 폐백실이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세곡동성당의 설계는 ‘세계 100대 건축사사무소’로 이름을 올린 국내 유수의 설계업체인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가 맡았다. 임상만 주임 신부는 성당 설계가 처음인 희람 측에 “성당이 어떤 형태를 갖추면 좋을지 구현해 달라”고만 요청했고, 희림은 전형적인 성당 설계의 틀을 깬 세련되고 현대적인 작품을 내놨다. 5개 업체의 디자인 설계경기 공모를 통해 신자들의 득표를 가장 많이 받은 희림으로 선정했다.

성당 유리벽과 성전 내부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는 건축의 미와 함께 전례 공간으로서 풍요로움을 더한다. 스테인드글라스의 기획 및 제작은 정수경(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 교수와 인천가톨릭대 산학협력단(단장 임현택 신부)이 연구 프로젝트로 참여했다.

성전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따뜻하다.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직사각형의 나무판자(루버)를 설치해 작품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만 제대를 향해 걸어가다 뒤를 돌아서면 예상하지 못한 빛의 향연을 만날 수 있다. 루버를 통과해 쏟아지는 색과 빛은 과하지 않고 은은하면서 깊다. 화려한 현대적인 건축 양식과 은은한 빛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날씨와 계절로 인한 태양광선의 변화에 따라 대성전 내부 곳곳에 색 그림자들이 드러남과 사라짐을 반복하는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의 주요 주제는 예수님의 첫 기적인 ‘카나의 혼인잔치’와 ‘천국으로 오르는 사다리’다. 정수경 교수는 “스테인드글라스는 조연 배우처럼 존재감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지만 전례 공간의 신비감을 극대화하고 전례를 진행하는데 방해되지 않고 조용한 조력자로서 존재하도록 제작했다”고 밝혔다. 세곡동본당 김성태(스테파노, 인수위원회 위원장) 총회장은 “지역 주민들이 거리낌 없이 찾아오는, 지역사회에 희망이 되는 열린 공동체가 되길 희망한다”면서 “더불어 젊은이들의 혼인성사를 통해 선교하는 성당으로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임상만(수서동본당 주임) 신부

▲ 임상만 신부.




“세곡동성당은 오면 기분 좋고 마음이 밝아지는 ‘빛의 성당’입니다. 중세 때의 어두운 성당 분위기를 걷어내고, 성당이라는 공간의 전형성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했습니다.”

대지 매입부터 세곡동성당 성전 건축에 힘써온 임상만(수서동본당 주임) 신부는 “현 시대에 성당이라는 공간은 하늘에서 율법으로 떨어진 디자인이 아니다”라며 “성당은 전례에 방해되지 않으면서도 신자들이 함께 모여 종교생활을 하기에 기능적으로 편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2년간 본당 사목을 해온 임 신부는 성당이라는 공간이 신자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안다. 일례로 한 사제가 미사를 봉헌하다가 화장실이 급해 성전에서 멀리 떨어진 사제관까지 다녀오느라 신자들은 잠시 묵주기도를 바쳐야 했던 일부터, 혼인 뷔페업체 차량이 성당 마당에 주차를 한 채, 성당 마당을 가로질러 음식을 나르는 불편한 일들을 눈여겨 봐왔다.

편의성·기능성·확장성을 추구한 세곡동성당은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복사단과 사제들은 미사 직전에도 쉽게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고, 혼인 뷔페업체 차량은 지하주차장을 통해 바로 식당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이용할 수 있다. 유아방과 신부대기실에도 화장실을 따로 설치하고, 수유실도 만들었다.

세곡동성당은 모본당인 수서동본당 신자들이 봉헌하는 성전이자, 신앙의 선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처음 세곡동성당을 지어야 한다는 말에 본당 신자들은 “수서동성당을 건립할 때 다른 본당의 도움 없이 지었는데, 왜 우리가 분가하는 성당을 지어줘야 하느냐”는 불만도 있었다. 세곡동본당 신자들의 90% 이상이 타 지역에서 오는 신자들이어서 설득력은 더 없었다.

임 신부는 신자들에게 “도움을 받지 않고 성당을 지었고, 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은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고 설득했고, 신자들 사이에서 “우리가 지읍시다” 하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임 신부는 “세곡동성당은 강남구에 짓는 마지막 성당일 것”이라며 “서로 다른 이들이 모이는 새로운 공동체인 만큼 서로 협력하고 지역사회에 열려 있는 빛의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