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회에 걸쳐 ‘유행식품 알아보기’로 진행된 영양칼럼. 이제부터는 ‘맛과 영양’을 주제로 ‘맛있고 유익한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음식을 두루 맛보는 것에 즐거움을 느낍니다. 인간의 식생활이 동물의 섭식(攝食)과 다른 점은 인간만이 ‘식도락(食道樂)’을 느낄 수 있고, 더 좋은 맛을 내기 위해 음식을 가열하고 조미료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은 건강에 해롭다’, ‘치료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맛도 살리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음식의 맛은 식재료의 맛과 향뿐만 아니라 음식의 형태, 외관, 색깔, 분위기 같은 심리적인 요인도 많이 작용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맛은 짠맛, 신맛, 단맛, 쓴맛, 감칠맛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좁은 의미의 ‘맛’으로 혀의 미각세포에서 감지되는 화학적인 맛을 의미합니다. 이번 임상영양칼럼에서는 ‘짠맛’에 대한 영양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조리가 완료되기 전 우리는 음식의 맛을 확인하기 위해 ‘간’을 봅니다. 간이 맞지 않으면 음식의 맛이 살지 않기 때문이지요. 음식 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식재료 중의 하나는 소금입니다.
소금은 염화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하며, 이 중에서 염소가 짠맛을 내는 역할을 합니다. 소금 이외에 염화칼륨, 염화칼슘 등도 짠맛을 내는 기능을 하지만 이들이 내는 짠맛은 소금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더 강한 짠맛을 내거나, 조금은 불쾌한 짠맛을 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금 즉 염화나트륨이 내는 짠맛을 가장 선호합니다. 우리 몸은 적정 농도(0.3%~1.5%)까지는 소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농도가 너무 높아져(1.5% 이상) 맛이 강해지면 부정적으로 인지하여 불쾌한 맛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소금의 과다 섭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건강문제를 최소로 하기 위해 국물 음식의 염도를 0.8% 이하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짠맛을 내는 가장 대표 음식인 소금을 구성하고 있는 나트륨은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들을 합니다. 체내 삼투압의 조절, 신경자극의 전달, 근육의 수축 그리고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기능을 합니다. 따라서 나트륨은 우리가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입니다.
문제는 한국인 10명 중 8명은 세계보건기구(WHO)의 나트륨 권고량(2,000 mg) 이상을 섭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나트륨 과다섭취가 고혈압, 심뇌혈관 질환, 만성콩팥병 등 만성질환을 일으키거나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소금 섭취가 과다하다고 해서 중독이라고 표현하기는 애매하지만 습관성, 반복성, 금단현상 등 일반적으로 중독이 보여주는 징후와 증상을 모두 갖고 있다면 중독에 버금가는 상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듀크대학교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서 소금 섭취 후 나타나는 뇌의 반응은 마약을 복용했을 때와 같은 상태로 소금은 우리 몸에서 마약과 같은 중독성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소금은 탄수화물, 포도당 못지 않은 중독성을 가지고 있고, 짠맛을 느끼는 정도와 약물의 중독성은 체내에서 유사하게 작용하여, 결국 소금은 약물 남용과 같이 중독될 수 있다고 합니다. (Michael J. Morris)
우리가 짠맛을 느낄 수 있는 혀의 미각세포는 8-12일 또는 몇몇의 세포는 그 이상 살다가 새로운 세포로 교체됩니다. 이 세포들은 끊임없이 자연사멸하고 신생/분화하면서, 남아있는 세포들이 맛을 느끼는 기능을 하게 됩니다. 결국 약 1주일이 지나면 세포들이 하나 둘씩 죽어 없어지기 시작하고, 약 10~12주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혀 안의 모든 세포들이 교체됩니다. 이 기간 동안 싱겁게 먹는 노력을 하고 나면 싱겁게 먹는 것에 익숙해져서 일반간이 되어 있는 음식이 불편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렇게 생활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을 통해서 얼마든지 소금섭취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인 노력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국가적으로도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를 통하여 국민의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일까요? 우리나라 성인의 1일 나트륨 섭취량이 2010년 4,831 mg에서 2014년 3,890 mg으로 19.5%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초등학교, 병원, 기업체 등 집단급식소를 대상으로 나트륨 섭취 줄이기 실천 사업도 점차 확대되고 있고, 식품업계에서도 나트륨 저감화 제품 생산을 늘려가고 있으며, 식품에 나트륨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금방 알 수 있도록 2017년부터 식품 포장의 성분 표시 방식도 바뀔 예정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국가적 변화와 함께 싱거운 입맛에 익숙해지려는 개인의 노력이 가미된다면 적은 양의 소금으로도 짠맛을 충분히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 재료 자체의 맛을 음미할 수 있도록 서서히 우리의 입맛을 길들여 보는 것은 어떨까요?
첫째, 소금은 같은 양이어도 온도에 따라 짠맛의 정도가 다릅니다. 높은 온도에서는 짠맛이 약하게 느껴지고,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짠맛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따라서 국은 조금 식은 후에 간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둘째, 계절이나 음식 재료에 따라서 소금 사용량에 미묘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소금을 무조건 한 번에 넣기 보다는 소량씩 나누어서 넣는 것을 권장합니다.
셋째, 짠맛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소금과 함께 사용하여 짠맛을 상승 시키는 역할을 하는 향신료(매운맛, 감칠맛)나 허브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넷째, 소금에는 입자가 거친 것과 고운 것이 있습니다. 입자가 고운 소금은 요리를 마무리할 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입자가 작을수록 입에서 녹아 뇌로 맛을 전달하는 속도가 빨라서 적은 양의 소금으로도 더 많은 짠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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