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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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한국 카리타스 50년, 지구촌 구석구석 사랑을 전하다

참 빛 사랑 2025. 2. 2. 14:16
 
 
1993년 한국 천주교회 공식 해외 원조 시작한 당시의 모습.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제공



한국 교회는 6·25 전쟁을 겪고 1980년대 중반까지 보편 교회 원조를 받아온 ‘받는 교회’였다. 그러다 1993년 공식 해외원조를 시작했고, 32년간 규모를 늘려가며 나눔을 실천했다. 그동안 전해온 누적 지원금만 775억 원에 달하는 대표적 ‘나누는 교회’로 성장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1975년 설립된 ‘인성회’에서 출발해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해외 원조 기구로 활약해온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사장 조규만 주교, 이하 한국 카리타스)이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26일 제33차 해외 원조 주일을 맞아 한국 카리타스가 지난해 전 세계를 향해 펼친 나눔의 활약상을 살피고, 새해 활동 계획을 들어봤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식량 위기 맞선 긴급 식량 지원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식량 위기는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했다. 특히 빈곤 국가에 사는 이들의 고통이 컸다. 코로나19 팬데믹 해제 후 ‘위드 코로나’ 시대가 시작됐지만, 가난한 국가의 식량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2023년부터 이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식량 물류 구조가 뒤흔들린 탓이다.

이러한 위협에 맞서 한국 카리타스는 2021년 7월부터 ‘코로나19 긴급 식량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식량 부족과 마주한 이들에게 쌀과 밀가루·옥수수를 비롯해 콩·설탕·소금·라면·우유 등을 지원했다. 이러한 지원은 전 세계 곳곳에 파견돼 있는 한국 수도회와 협력해 2021~2024년 19개 국가 57개 사업에 13억 2555만 8000원 규모의 지원이 이어졌다.

식량 지원은 가난한 이들의 삶 전체가 개선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건강과 영양상태가 개선됐고, 식량 부족으로 학업까지 그만둬야 했던 아이들이 다시 학교를 나가게 됐다. 페루와 필리핀 등에서는 수혜자들이 봉사자로 참여해 이웃 주민들을 돕고, 지원받은 식량을 밑천 삼아 생활 기반을 마련하며 삶의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한국 카리타스는 올해부터 긴급 식량 지원 사업을 정규 사업으로 편성해 운영한다. 한국 카리타스는 기존 사업을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긴급 식량 지원 사업’으로 재정립하고,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13개 국가 11개 수도회와 협력해 18개 사업에 4억 38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콩고민주공화국 난민 긴급구호 활동 현장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제공

시리아 카리타스 소속 활동가가 시리아 난민들을 위한 긴급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제공



전쟁의 상처 치유

2021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발생한 내전으로 미얀마 내에서 195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한국 카리타스는 태국가톨릭난민위원회와 협력해 미얀마 난민을 돕기 위한 긴급구호·개발협력을 추진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보호자가 없는 난민 아동을 위한 기숙사 건설을 지원했고, 올해에는 난민 아동·청소년을 위한 ‘미얀마 청년 리더 양성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국 카리타스의 노력은 13년간 이어져 온 내전을 끝내고 평화의 물꼬를 튼 시리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시리아 카리타스를 비롯해 요르단·레바논 카리타스와 협력해 시리아 국내외에 흩어져 사는 난민들에게 식량 및 식수, 의료, 주거 지원을 시행했다. 또 자립을 위한 직업 훈련과 교육 용품 및 다목적 현금 지원 등 중장기적 재활도 펼쳐왔다. 이렇게 한국 카리타스는 지난 15년간 시리아 난민 지원을 위한 19개 사업에 22억여 원대 지원금을 전달했다.






한국 카리타스 2024년 해외 원조

한국 카리타스는 지난해 후원회원들의 후원금과 해외 원조 주일 2차 헌금 등을 통해 조성한 지원금으로 28개 국가에서 45개 해외원조 사업을 진행하며 총 46억 4676만 1163원(약 338만 674달러)을 지원했다.

사업 유형별로는 긴급구호 21개 사업에 절반 가량인 23억 1919만 4511원을, 나머지 절반인 23억 2756만 6652원을 24개 개발협력 사업에 지원했다. 특히 개발협력 사업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비중이 9%p(2023년 41%, 2024년 50%)가량 늘었다. 자립에 초점을 맞춰 중장기적 개발협력에 집중한 결과다.

대륙별로는 아프리카 15개 사업에 12억 7318만 3711원(27%), 중동 10개 사업에 13억 2744만 7632원(29%)을 지원했다. 이외에도 아시아 9개 사업에 9억 9623만 3020원(21%)을, 유럽 5개 사업에 6억 9915만 4600원(15%), 중남미 6개 사업에 3억 5074만 2200원(8%)을 전했다.



긴급구호 사업

2024년 한국 카리타스는 전쟁과 식량 위기, 자연 재해로 위기에 처한 이웃들을 위해 긴급구호 사업도 계속해서 추진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13억 298만 3400원(약 95만 달러)은 오랜 기간 전쟁이 지속하거나 극심한 피해를 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우크라이나·수단·콩고민주공화국·미얀마 등에서 11개 사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했다.

또 마다가스카르 홍수 피해와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에서 발생한 강진 피해 복구 지원 등에 4억 4407만 9108원(약 32만 달러)을 전했다.



개발협력 사업

한국 카리타스는 2024년에도 △아동 교육과 영양 지원 △전쟁 피해자 지원 △식량 안정 △지역 사회 개발 △의료·보건 등 총 24개 사업에 23억 2756만 6652원 (170만 674 달러)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과거에 치른 전쟁으로 큰 후유증을 앓고 있는 이라크와 스리랑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큰 타격을 받은 팔레스타인·우크라이나 등에서는 전쟁 피해자와 환자 등을 대상으로 이들의 물적·영적 회복을 돕는 다양한 개발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조규만 주교는 16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 카리타스 이사장 조규만 주교 

“지난 50년간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 꾸준히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후원자들 덕분입니다.”

한국카리타스협회 및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이사장 조규만 주교는 한국 카리타스가 지난 50년 동안 나눔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후원자들에게서 찾으며 “모두 각자 사정에 상관없이 꾸준히 자선을 이어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조 주교는 16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난 50년간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지원을 전하는 교회로 성장했다”며 “우리가 받았던 도움을 어려운 사정을 마주한 다른 나라를 돕는 것으로 돌려줄 수 있는 것은 주님의 은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조 주교는 남북 관계 경색과 신냉전·탈종교적 흐름을 언급하면서 “한국 교회가 기대만큼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조 주교는 “보편 교회는 한국 교회가 아시아 교회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 모습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며 “한국 카리타스의 인도적 지원은 관계의 급격한 경색 속에 여러 도움의 창구가 막혔고, 인공지능(AI)의 등장과 무신론적 흐름 또한 크기에, 우리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잡아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조언했다.

조 주교는 그럼에도 2025년을 진정한 기쁨의 희년으로 만드는 데 함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 주교는 “예수님께서는 베푸는 사람들은 베푸는 것 자체로 기쁨을 누릴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면서 “한국 카리타스는 올해에도 국제 카리타스와 협력해 우리가 도울 부분을 찾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