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을 맞아 4일 노트르담 대성당 앞 광장에서 열린 종교 간 만남. 바티칸뉴스
2024 파리올림픽이 11일 폐막식을 끝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올림픽 기간 중 프랑스 종교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형제애를 나눴다. 1924년 열린 파리올림픽 당시 노트르담 대성당 앞 광장에 다양한 종교를 지닌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형제애를 체험하고 노래했던 행사가 100년 만에 재현된 것이다.
바티칸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4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서 그리스도교(가톨릭·개신교·정교회)와 불교·유다교·이슬람교·힌두교 성직자 등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스포츠와 인류, 전 세계를 위한 봉사 등을 주제로 서로 의견을 경청하고 형제애를 체험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프랑스 주교회의 스포츠사목 담당 에마뉘엘 고비야르(프랑스 디뉴교구장) 주교와 파리대교구 필립 마르세 보좌주교를 비롯해 프랑스 그리스정교회 대표 안톤 젤랴소프 수석사제, 개신교 대표 크리스티앙 크리제 프랑스개신교연합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또 프랑스 유다교 최고 랍비 하임 코르시아와 파리 이슬람 사원 협회장 나자트 베날리, 프랑스 불교연합 공동회장 라마 지그메 트린레 갸트소, 힌두교 공동체 대표 샤일레쉬 바브사르 등이 함께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 위원장과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들도 자리해 의미를 더했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앞 광장에서 4일 열린 종교 간 만남 참석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바티칸뉴스
이날 행사는 1924년 당시 다양한 믿음을 지닌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던 ‘종교 간 만남''을 되살린 시간이었다. 고비야르 주교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1924년 당시 근대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 가톨릭 등 다양한 믿음을 지닌 이들을 초대해 형제애적 만남의 자리를 열었다”면서 “당시 언론에선 이를 ‘하느님의 기적''이라 부르는 등 매우 놀랍고 굉장한 일이 펼쳐졌다”고 전했다.
고비야르 주교는 “100년 전 행사에서는 미사도 축복 예식도 없이 세속적인 환영사 몇 마디와 노래만 울려 퍼지며 서로 대화와 친교를 나눴다”며 “이는 한 세기 전에도 서로 간의 연대를 바탕으로 형제애를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비야르 주교는 특히 이날 행사 가운데 “모두가 함께한 ‘침묵의 시간’에서 특별한 힘을 느꼈다”고 했다. 고비야르 주교는 “각자 주제에 맞춰 발표하며 기도하고, 연설·독서하며 자유롭게 친교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그 가운데 모든 종교인이 함께하는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면서 “이 침묵의 시간은 공동체 기도를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이었고 (다양한 믿음을 지닌 이들이) 더 크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말할 수 있다는 힘을 느낀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고비야르 주교는 “100년 전 ‘전통’을 재현하며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여러 종교의 통합과 오랜 형제애를 기념할 수 있었다”면서 “형제애를 나누고자 하는 모두의 마음이 올림픽을 통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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