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의 모든 것 교회에서 배웠습니다”
▲ 이순금(왼쪽) 대표가 직원과 함께 제품의 질을 살펴보고 있다. |
(주)아이비스의 대표이사이자 학교법인 달성교육재단 이사장인 이순금(모니카) 회장. 그는 “기업 운영에 관한 것은 교회 안에서 다 배웠다”고 말한다. 교리교사, 성가대 단장,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 단장, 꾸르실료 봉사, 본당 총회장···. 이 모든 활동이 기업 운영에 소중한 자산이 됐다.
(주)아이비스는 침구류를 비롯해 내의, 양말, 마스크 등 기능성 건강 섬유 제품의 유통 판매업체다. 제품은 소금에서 실을 뽑아내서 짠 원단으로 만들었다. 이 회장이 일본 ‘키시베(KSB) 모직’에서 만든 제품의 국내 총판을 맡아 회사를 설립한 때는 40대 중반인 1989년이었다. 교우 한 분이 제품을 소개해 줘 시작한 사업은 뜻밖에도 잘 풀려나갔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에는 ‘일본 제품’이라면 최고로 여기던 시절이었거든요. 입소문을 타고 주문이 쇄도해 회사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10년이 채 되지 않아 회사는 전국에 27개 지사를 두고 미국 L.A.와 뉴욕, 그리고 브라질의 상파울루에도 국외지사를 둘 정도로 커졌다. 여유가 생기면서 이 회장은 바로 유치원을 설립했다. 어린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어린이 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이 회장은 이름을 (주)아이비스로 바꿨다. ‘Idea Vision Young Sk’의 줄인 말로 ‘늘 변화하는 젊은 아이디어로, 모든 직원이 동참하는 가운데 회사를 경영하자’는 뜻이다. Sk는 이 회장의 영문 이름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이와 함께 매출의 1%를 따로 적립, 가난한 이들을 위해 썼다. 성당 신축 같은 교회 일에도 힘을 보탰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늘 ‘믿음과 정직과 신뢰’를 강조했다.
“저는 기업이란 사람이 머무는 자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핵심이지요. 사람들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형성입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습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이 믿음을 바탕으로 신뢰 관계가 형성되도록 하려면 무엇보다도 정직해야 합니다. 유통업에서는 특히나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기업 이념은 이 회장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터득한 것이 아니었다. 평생을 교회 울타리 안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회장의 신앙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덕목이기도 하다.
1945년 해방둥이인 이 회장은 부모가 열심인 교우 집안의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대구 삼덕동에서 보냈다. 유복하지는 않아도 다복한 가정의 막내로 귀염을 받으며 자랐고, 이는 이 회장의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바탕이 됐다.
삼덕본당에서 복자, 효목, 만촌 본당으로 교적을 옮겨가기는 했지만, 성당은 이 회장의 삶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학생 레지오 단장을 했고 그때 함께했던 벗들 가운데는 성직자가 된 이가 여럿이다. 결혼을 전후해 잠시 성당을 소홀히 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 회장의 삶은 늘 성당이 중심이었다. 교리교사, 성가대 단장,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 단장, 꾸르실료 봉사(대구 꾸르실료 2차 체험자로서 이후 24차까지 봉사했다), 부인회 회장, 본당 총회장에 재무평의회 위원장까지···.
이런 교회 생활을 통해 이 회장은 단체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를 배웠고, 그것은 기업 운영에까지 자연스럽게 적용됐다. “기업 운영에 관한 것은 다 교회 안에서 배웠다”는 고백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 회장은 지금도 교구 평신도위원회 위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부회장, 가톨릭경제인회회장 등을 맡아 교구의 크고 작은 일에 일꾼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 회장이 특별히 고심한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문제였다. 기업이 성장하는 것은 기업을 그렇게 성장하도록 해준 사회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이 회장에게 그것은 청소년 교육이었다. 이는 유치원을 운영할 때부터 추구해온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회장은 대구 달서중·고등학교의 학교법인 달성교육재단의 이사로 활동하면서 청소년 교육 현장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2013년 2월 이사장직을 맡았다.
달서고등학교는 성적순으로 본다면 결코 우수한 학교가 아니었다. 그래도 이 회장은 성적이 아니라 인성 교육에 역점을 두었다. 청소년 성교육 프로그램인 틴스타 프로그램을 학교에 도입하고, 자신은 1주일에 하루 학교에 나가 4~5명 학생과 상담을 했다. 이렇게 지난 2년 동안 80~90명의 학생과 직접 상담하면서 학생들이 바른 인성을 갖도록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사실, 이 회장은 소년 분류심사원 교사로 20년간 봉사하면서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절감해온 터였다.
(주)아이비스는 요즘 수십 개 지사를 두었던 예전과는 같지 않다.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일본 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호하던 시대가 아니다. 하지만 70년 살아온 신앙의 삶과 지난 26년간의 기업 운영의 경험은 이 회장에게 미래의 주역이 될 청소년 교육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갈수록 능률과 기능이 중시되고 있는 사회이지만, 이 회장은 자신의 체험적 삶으로 안다. 믿음과 정직과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 능률과 기능은 오히려 쇠락의 지름길임을. 성적보다 바르고 곧은 인품 함양을 교육 이념으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에 교육 기자재를 계속 지원해온 공로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은 것을 비롯해 모범중소기업상과 인재경영대상(한국경영교육학회) 등 크고 작은 여러 상을 받았지만, 이 회장은 이 모든 것이 주님 도움 덕분임을 잘 안다. 그래선지 그가 즐겨 바치는 기도는 ‘감사하다’는 감사 기도다. 역설적이게도 이 회장은 지금까지 ‘잘 되게 해달라’는 식의 청원 기도를 바쳐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죽고 나면 묘비에 ‘이 사람은 천주교 신자였다’라고만 써줬으면 좋겠다는 이순금 회장은 영락없는 ‘천주쟁이’다.
글·사진=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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