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궁궐 중 가장 오랜 기간 임금들이 거처했던 곳, 창덕궁.
궁궐 내 가장 깊은 곳에 후원이 있다.
창덕궁이 왕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이유가
후원 때문이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공간.
봄의 한가운데, 후원이 높은 담을 조금 낮췄다.
책과 함께 낭만과 여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반짝이는 신록을 따라 비밀의 정원으로 발을 옮겼다.
후원에 닿기 전, 잠시 창덕궁 전각들을 둘러본다.
일제강점기, 광복, 대한민국 정부 수립.
나라를 잃은 왕실 가족들은 파도에 흔들리는 부표같은 삶을 살았다.
멀고 먼 길을 돌아 그들이 머문 마지막 장소, 낙선재.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 마지막 황태자비인 영친왕비,
마지막 공주인 덕혜옹주가 굴곡진 삶을 마감했다.
낙선재를 바라보며
사라진 나라를, 그 마지막 순간을 생각한다.
1405년 경복궁의 이궁으로 지었을 때부터
1926년 마지막 황제 순종이 승하하기까지
조선의 600년 역사가 절절이 묻어있는 공간.
지난한 세월을 지나 사람들 곁으로 돌아온 창덕궁과 후원.이제, 창덕궁에 다시 봄이 왔다.
왕실 가족과 신하들만 들어갈 수 있었던 비밀의 화원.
오랫동안 신비의 영역으로 남아있던 이곳이 2004년 문을 열었다.창덕궁 후원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 봄.
민들레 홀씨가 눈처럼 날리고 모란과 금낭화가 꽃을 피웠다.
나무에는 푸른 물이 올랐다.
후원 북쪽 가장 깊은 골짜기에 흐르는 옥류천.
인조가 소요암을 깎고 홈을 파 작은 폭포를 만들었다.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짓는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을 벌이기도 했다.
여전히 후원의 벽은 높다.
문화재 보호, 관리를 위해 반드시 예약을 한 후
안내해설사와 함께 1시간 30분 동안 관람할 수 있다.
그런 후원이 벽을 낮추는 때가 있다.
5월과 10월, [창덕궁 후원에서 만나는 한 권의 책] 행사 기간이다.
여전히 예약은 필요하지만, 안내해설사 인솔 없이
자유롭게 후원을 누빌 수 있다.
보는 것만 허락됐던 전각에 올라갈 수 있고,
그 곳에서 책을 읽으며 여유를 느낄 수 있다.일 년에 단 며칠,
신록의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눈부신 경험이다.
공간을, 여유를, 인생을 읽다
회사를 운영하며 잠시의 여유도 사치인 삶을 살았다.
쏜살같은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일흔 넷,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나이가 됐다.
김재균 씨는 10여 년 만에 창덕궁을 찾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
눈부신 신록을 마냥 바라보는 것,
서류가 아닌 책을 읽는 것... 모든 것이 오랜만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특히 복잡하기로 이름난 서울에서
이런 공간과 시간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이런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마치 별세계에 온 기분입니다.”
- 김재균(74세, 서울시 송파구)
효명세자가 아버지 순조에게 존호(尊號)를 올리기 위해 창건한 연경당.
단청을 하지 않은 건물에서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창덕궁도 '봄'이던 시절이 있었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을 논하던 때가 있었고
임금과 신하들이 머리를 맞대던 시절이 있었다.
길고 긴 겨울을 지나 비어있던 공간이 차고 멈췄던 시간이 흐른다.
창덕궁 후원에서 우리가 읽는 건 책이 아니라봄이다, 기억이다, 시간이다.
창덕궁 후원 내 가장 아름다운 정자로 꼽히는 부용정.
사각형 연못인 부용지에 한 송이 연꽃이 피어난 형상이다.
※ 창덕궁 후원 내 어수문과 주합루는 출입이 불가능한 구역으로 허가를 받아 촬영했습니다.
후원에서 만나는 한 권의 책위치 : 창덕궁 후원 내 정자 4개소(영화당, 존덕정, 취규정, 농산정)
기간 : 2016년 4월 27일 ~ 2016년 5월 22일
매표시간 : 오전 9시 ~ 오후 4시 /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5시 30분
휴궁일 : 매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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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사람들
글 제선영 디자인 최수영
사진 최대우 퍼블리싱 신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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