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야신(16)군은 이집트 난민이다. 운동을 잘하는 야신군은 학교에서 피부색·종교에 상관없이 반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여느 또래와 다를 바 없이 생활했다. 하지만 방과 후만 되면 그에게 늘 소외감과 열등감이 물밀듯 밀려왔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탓에 홀로 학원에 가지 못하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당장 먹고 살기도 팍팍해 부모에게 학원에 가고 싶다는 말도 꺼낼 수 없다.
집에서 책을 붙잡고 혼자 힘으로 공부해보려 애쓰지만, 다른 학생들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아직 한국말이 서툰 탓에 국어가 특히 어렵고, 수학도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좀처럼 성적이 안 나온다. 체류자격을 부여받은 난민 가정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들도 마주하고 있다.
누군가 도움을 주면 좋겠지만, 부모인 아쉬라프(45)·파트마(41)씨는 아들보다 한국어 실력이 더 떨어진다. 게다가 늘 일거리를 구하느라 바빠 공부를 봐줄 처지도 못 된다. 야신군은 점차 학업에 의욕을 잃고 우울감에 빠져들고 있다. 한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며 첫 이집트 출신 한국인 변호사를 꿈꿨던 소년은 꿈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게다가 3년 전 아빠 아쉬라프씨가 겪은 사고로 가족은 고통의 늪에 빠진 상태다. 일터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귀가하던 중 보행자와 가벼운 충돌이 발생했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아쉬라프씨는 통역을 구하기 위해 잠시 사고 현장을 떠났다. 경찰은 이를 뺑소니로 간주하고 합의금 320만 원과 벌금 30만 원을 부과했다. 당혹스러운 일이지만, 이 가정이 당장 내기 어려운 큰 액수다.
건설 경기가 안 좋아 일거리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 아쉬라프씨는 급성 당뇨로 시력이 나빠져 일을 구하더라도 금세 쫓겨나기 일쑤였다. 합의금과 벌금 지급이 차일피일 늦어져 급기야는 강제 퇴거를 당할 처지에 놓였다. 그가 한국에서 추방당하면 이들은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이런 와중에 매일 밤 불을 켜고 책과 씨름하는 야신군을 바라보는 아빠는 가슴이 미어진다.
야신군이 2015년 이집트 혁명 여파로 혼란스러운 고국을 떠나 한국에 처음 올 때에는 모든 것이 희망차 보였다. 과거 한국에서 일했던 큰아버지에게서 들은 ‘안전하고 교육열 높은 나라’라는 이야기 덕분이었다. 아쉬라프씨와 파트마씨는 건설일과 청소 등 어떤 일거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열심히 살다 보니 어느덧 야신에겐 동생이 두 명이나 생겼다. 유니스(8)와 야하(3)다. 형편상 어린 두 동생을 돌보는 것도 큰아들 야신군의 몫이다. 그래서 그는 일찍 철이 들었다.
“아버지가 한국에 계속 남아 계시면 좋겠어요. 그럼 저도 다시 용기를 내 공부를 열심히 해서 꼭 한국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될게요.”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후견인 : 이문수 신부 / 글라렛 선교 수도회
“어려움 속에도 꿋꿋이 살아가려는 야신군 가족에게 가톨릭평화신문 독자들이 따뜻한 관심과 작은 사랑을 나눠주시길 부탁합니다. 아이들이 꿈을 잃지 않고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가족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힘이 돼주시길 간절히 청합니다.”
성금계좌 (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야신군 가족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3월 23일부터 29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5)에게 문의 바랍니다.
'사회사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쿠시마 핵사고 14주기 ... 탈핵-민주주의 촉구 한목소리 (0) | 2025.03.26 |
---|---|
일본 교회 “핵기술 포기하고 에너지 정책 전환하라” (0) | 2025.03.26 |
“혐오 표현도 괴롭힘”… 법적 규제 필요하다 (0) | 2025.03.26 |
천주교·개신교·정교회, 尹 헌재 탄핵선고 관련 공동성명 (0) | 2025.03.26 |
전국 정의평화위원회, 헌재 앞 서 ‘정의로운 판결 촉구’ 미사 (1) | 2025.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