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고 첫 주일을 맞는다. 올해는 ‘파란 뱀의 해’ 을사년이다.
지난 세기의 을사년은 우리 민족에게 치욕으로 다가온다. 1905년 을사조약(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강탈당했다. 1965년에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 직접 배상 없이 5억 달러의 무상 지원금과 차관만 있었다.
여전히 앙금은 남아 있다. 유학 시절 일본인 친구는 술자리에서 배상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 간의 외교적 관계였을 뿐”이라며 “배상의 배분은 한국 정부가 고민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평범한 일본인조차 이렇게 인식하고 있어 뼈아프게 다가왔다.
21세기 첫 을사년인 올해는 외교적 굴욕은 없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계엄 정국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감싸는 듯하다. 군홧발에 민주주의가 밟힐 뻔한 공포는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주가 폭락과 환율 급등 등 경제적 쇼크가 도사리고 있다. 다시 혼란한 상황이 엄습할까, 상당수가 정신적 피해를 호소한다.
그럼에도 국민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역사의 아픔 속에서 어김없이 일어난 민초들은 이번에도 거리에서 빛을 발했다.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거리에서 온정과 뛰어난 시민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수만 잔의 커피를 선결제해 무료나눔하고 곳곳에서 핫팩을 나눴다. 집회 현장에서도 질서를 지키며 광기에 휩싸이지 않았다.
마침 올해는 정기 희년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월 24일 희년을 선포하며 “암울한 세상이지만 희망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역사도 어두운 시절 끝에 빛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늘 그래 왔듯이 올 한해도 절망을 딛고 구원의 희망을 나누고 서로를 위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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