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우크리이나 루카시우카에 있던 성당이 러시아의 폭격에 의해 파괴됐다. OSV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가톨릭 및 종교 관련 웹사이트를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앙을 가진 러시아인이 종교 관련 정보에 접근하거나 서로 소통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러시아 내뿐만 아니라 이들이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노르웨이의 종교 자유 인권 단체 ‘포럼18’은 4일 러시아에 의해 차단된 웹사이트 목록을 공개했다. 포럼18 편집자 펠릭스 콜리는 미국 가톨릭 뉴스(OSV)와의 인터뷰에서 “차단된 목록은 러시아가 종교적 콘텐츠를 차단하는 데 얼마나 집착하는지 잘 보여준다”고 평했다.
러시아에서 더 이상 접속할 수 없는 사이트 중 하나는 벨라루스의 ‘Katolik.Life’다. 익명의 가톨릭 신자가 운영하는 사이트로, 과거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벨라루스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담고 있다.
포럼18은 보고서에서 “Katolik.Life가 차단된 정확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일부 사용자는 지난 6월부터 해당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여러 신자는 “포럼18 홈페이지마저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고, 일부 신자는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해 IP주소를 노르웨이로 변경해 접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atolik.Life는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방문하는 홈페이지다. 지난 7월 운영자는 게시글을 통해 “정보부의 결정으로 벨라루스 내에서도 사이트가 차단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유는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았지만, 우리 사이트에서는 벨라루스가 2022년 폐쇄한 붉은 성당(수도 민스크에 있던 성 시몬과 헬레나 성당), 합당한 설명 없이 벌어진 사제 체포 사건, 신자들이 나누는 전쟁 경험 등을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벨라루스는 표면적으로 독립 국가지만, 알렉산더 루카센코 대통령의 30년 임기 동안 사실상 ‘모스크바의 거울’이라 불릴 정도로 러시아 정책에 맞춘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루카센코 대통령의 독재에 반대하는 국민 의견은 묵살됐으며, 러시아와 1999년 연방 국가 협정을 체결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 벨라루스는 러시아 침공의 발판이 됐다. 이들의 협정으로 지난해에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의 어린이 최소 2442명이 벨라루스로 강제로 끌려갔다. 어린이들은 재이념 교육 캠프에 수용돼 군사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가톨릭 대학교의 종교 및 사회 연구소가 설립한 종교정보서비스(RISU)도 현재 러시아에서 접속할 수 없다. 포럼18의 콜리 편집자는 “러시아의 종교 관련 사이트 차단은 사람들이 서로의 신앙에 대해 알아보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가능성을 방해하는 처사”라며 “종교의 자유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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