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르 교구장 브루노 슈쿠르 주교. 작은형제회 홈페이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임명한 신임 추기경 21명 중 인도네시아 보고르교구장 파스칼리스 브루노 슈쿠르 주교가 추기경 지명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해 교황이 이를 수리했다. 이로써 오는 12월 7일 서임되는 추기경은 20명이 됐다.
교황청 공보실장 마테오 브루니 대변인은 10월 22일 “슈쿠르 주교는 신앙인들과 교회 안에서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며 “그는 사제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교황에게 추기경 임명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슈쿠르 주교가 추기경직 철회를 요청한 것은 그가 속한 작은형제회의 정신에 따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단순함과 겸손·봉사에 뿌리를 둔 수도회 정신과 영성에 따라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인도네시아 교회의 특성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희전(작은형제회) 신부는 “인도네시아 교회는 토착 분위기가 강한 곳으로, 400년 전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부터 한 수도회가 교구와 교구장 주교를 전담하는 향토색이 짙다”면서 “슈쿠르 주교는 자신의 관할 교구에 애정이 많은 주교로 추기경이 되기보다 교구민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생각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962년생인 슈쿠르 주교는 1989년 작은형제회에 입회, 1991년 사제품을 받았다. 1996년 로마 교황청립 안토니오대학교에서 영성학을 전공했다. 이후 2001~2009년 작은형제회 인도네시아 관구장, 2009년부터 로마 총본부에서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총평의원을 역임하고, 2013년부터 보고르교구장 주교로 지내왔다.
그간 추기경 임명 거부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22년 벨기에 전 헨트교구장 루카스 반 루이(한국명 윤선규) 주교도 추기경 임명 철회를 요청해 받아들여졌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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