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성 디오니시오 주교. 출처=굿뉴스
역사가인 투르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디오니시오 성인은 이탈리아 태생의 주교입니다. 3세기 중엽 데키우스 로마 황제의 박해로 무너진 갈리아 지방의 재복음화를 위해 성 파비아노 교황에 의해 파견된 7명의 선교사 주교인 ‘갈리아의 사도들’ 중 한 명입니다. 로마에서 파견된 갈리아의 사도 7명은 프랑스 파리에 정착해 그곳의 초대 주교가 된 디오니시오 외에도 나르본의 바오로 성인, 투르의 가티아노 성인, 툴루즈의 사투르니노 성인, 아를의 트로피모 성인, 클레르몽의 아우스트레모니오 성인, 리모주의 마르티알리스 성인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디오니시오와 사투르니노가 순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디오니시오는 파리의 초대 주교로서 자신과 동행한 성 루스티코 신부·성 엘레우테리오 부제와 함께 몇 년 동안 활발히 선교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다 데키우스 황제의 박해로 모두 체포돼 모진 고문을 받고 파리 근교에서 참수형을 받아 순교하였습니다.
디오니시오와 동료들의 수난과 순교에 대해서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파리 지역에서 선교 활동에 큰 성공을 거둔 디오니시오와 동료들이 체포된 뒤 용감하게 신앙을 증거하고 참수당해 그 시신이 센강에 던져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전승으로는 디오니시오가 참수당한 뒤 직접 자신의 머리를 들고 파리 북쪽을 향해 걸어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520년경에 출간된 「성녀 제노베파의 생애」에 따르면, 이미 그 당시 디오니시오를 전례 안에서 공경하고 있었고, 디오니시오가 자신의 머리를 들고 파리 북쪽으로 걸어갔던 곳은 하느님께서 알려주신 무덤 자리로 오늘날 그를 기념해 대성당이 건립된 생드니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전설은 디오니시오와 동료들의 순교 장소에 관한 것입니다. 그들은 파리 북부에 메르쿠리우스 신을 경배하던 언덕에서 참수되었는데, 그곳은 해발 129m로 파리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었습니다. 그들의 순교 이후 그곳은 ‘순교자의 산(언덕)’이라는 의미를 지닌 ‘몽마르트르’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순교 후 센강에 던져진 그들의 시신은 곧 신자들이 수습해 안장되었고, 12세기에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서 그들의 무덤 위에 성당을 건립하면서 생드니의 성 베네딕도 수도원으로 발전했습니다. 오늘날 몽마르트르 정상에는 1875년 착공해 1914년 완공된 예수 성심 대성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주변 거리는 근대 미술가와 예술가가 많이 살았던 지역적 특성을 살려 예술의 거리로 조성되었습니다.
프랑스와 파리의 수호성인으로 공경받는 디오니시오는 데니스 또는 드니로 불리며, 14세기 독일을 중심으로 널리 알려진 ‘14명의 구난 성인’ 가운데 한 명으로 공경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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