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미상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 14~18세기. 출처=les secrets des chefs-d’oeuvre, Madeleine Hours
엑스선 사진에는 두 개의 머리와 네 개의 팔이 보인다. 출처=les secrets des chefs-d’oeuvre, Madeleine Hours
프랑스 브장송 미술관이 소장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의 엑스레이(X-ray) 사진을 보면 머리가 둘이고 팔이 넷이라서 마치 힌두교의 시바신처럼 보인다. 회화 작품을 엑스선으로 촬영하는 것은 보존복원 분야에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했던 뢴트겐은 엑스선을 처음 발견한 이후 그림들도 엑스선으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체는 물론, 물체를 파괴하지 않고도 내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이후 엑스선은 의료와 산업 분야, 문화유산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대표적인 비파괴조사로 자리매김했다.
병원에서 자신의 엑스선 결과를 본 적 있을 것이다. 살은 온데간데없고 하얀 뼈 구조만 있다.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선 엑스선을 찍을 때 가슴을 금속판 위에 대고 등 쪽으로 엑스선 발생장치를 가동하게 된다. 등 뒤에서 발생한 엑스선은 몸을 투과해 가슴 쪽에 놓인 감광판에 도달한다. 이때 엑스선은 살은 통과하지만, 뼈처럼 칼슘분이 있는 물체들은 투과하지 못하여 감광판에 살은 검게, 뼈는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팔이 네 개인 예수님’이 찍힌 이유는 무엇일까? 그림을 엑스선으로 찍었을 때 형상이 나타나는 것은 사용된 물감, 더 정확하게는 색을 나타내는 안료의 성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유화를 그릴 때 과거에 가장 많이 사용한 흰색 물감은 백연(Lead white)이 주성분이었다. 납은 중금속이며 엑스선이 투과하지 못한다. 주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흰색 물감은 밝은 쪽에는 더 많이, 그렇지 않은 곳은 상대적으로 덜 칠하기 때문에 엑스선 상에서 투과 정도에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로 인해 아주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인체의 형태가 나타난다. 그렇다고 해도 ‘팔이 넷인 예수님’의 모습을 설명하기에는 미흡하다.
이는 유화의 특징 때문이다. 유화는 그림을 수정하거나, 심지어 기존 그림 위에 다시 그려도 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엑스선 상에 네 개의 팔이 보인다면 한 캔버스에 두 개의 그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사에 의하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은 18세기에 그려진 것이고, 숨은 작품은 14세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14세기 작품 위에 새로 그림을 그린 것이다.
예수님의 형상이 전혀 다르게 표현된 것은 수세기에 걸쳐 달라진 종교적 양식의 변화와 관계가 있다고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성화나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에서 이러한 숨은 그림을 자주 관찰할 수 있다.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인물의 손동작이나 얼굴의 방향을 자주 지우고 수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작품의 역사와 작가 연구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는 동시에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홍보수단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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