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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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출판

냉혹한 시대에 한줄기 빛으로 다가온 우리 시대 성자

참 빛 사랑 2022. 5. 25. 17:46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 회고록

▲ 한국 교회의 어른,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지주인 고 김수환 추기경이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2007년 5월 서울 혜화동 주교관 앞을 걷고 있는 김수환 추기경.

 

 

 
 

우리 곁에 왔던 성자

김성호 외 지음 / 서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신념으로 교회 역할을 공동선 추구라고 강조한 한국 교회의 어른,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지주이자 인권 옹호자, 민족의 화해와 침묵의 북한을 위해 헌신한 고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 13년 전, 성자처럼 살다 우리 곁을 떠난 김수환 추기경이 탄생 100주년(음력 5월 8일)을 맞았다. 19명의 언론ㆍ출판ㆍ방송인들이 자발적으로 추기경의 삶을 회고하는 책을 펴냈다.

언론ㆍ방송ㆍ출판인으로 삶의 현장에서 만난 한국 교회의 어른이었던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은 한결같다. 좌측도 우측도 아닌 그리스도측인 추기경은 유머러스하고 소탈했으며, 교회와 사회를 연결해주는 ‘겸손한 커뮤니케이터’로도 빛났다. 1971년 2월 21일 밤, 그가 쓴 세 번째 유서에도 그의 겸손한 덕은 깊이 배어있다.

“그리스도께서 가장 깊이 현존하시는 가난한 사람들, 우는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등 모든 불우한 사람 속에 저는 있지 못했습니다. 임종의 고통만이라도 이 모든 형제들을 위해 바칠 수 있기를 기도해 마지않습니다. 형제 여러분 저의 이 사랑의 부족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의 영혼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를 사목 모토로, 세상의 그늘진 곳을 구석구석 살핀 그는 가난하고 소외되어 우는 이들에게 손을 아낌없이 내어줬다. ‘소통의 달인’, ‘유머의 대가’, ‘가난하고 인간적인 휴머니스트’ 등 추기경의 인간적 면모들을 가감 없이 소개했다. 1987년 대학생들이 반정부 시위를 하다 경찰에 쫓겨 명동성당 구내로 들어오자, 추기경은 농성 중인 학생들을 만나 무사 귀환을 위해 정부 측과 대화를 시도했다. 가톨릭신문사 사장으로 외신 번역부터 편집, 기획은 물론 사설까지 쓰며 언론인으로 활약했던 시절의 모습도 담겨있다.

류철희(바오로, 전 서울신문 기자)씨는 자신의 행동 지표로 삼은 추기경의 인생 덕목 9가지를 소개했다. 말ㆍ책ㆍ노점상ㆍ웃음ㆍTV(바보상자)ㆍ성냄ㆍ기도ㆍ이웃ㆍ사랑이다. 말은 많이 하면 필요 없는 말이 나오며, 수입의 1%는 책을 사는 데 쓰고,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말며, 웃는 연습을 생활하라는 삶의 덕목이다. 텔레비전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말며, 화내는 사람은 언제나 손해를 보며, 기도는 녹슨 쇳덩이도 녹이며 천 년 암흑 동굴의 어둠을 없애는 한 줄기 빛이다. 또 이웃과 절대로 등지지 말며,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는 내용이다.

이영준(로렌조,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장) KBS PD는 추천의 글에서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그 용광로 같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 고비고비, 전환점마다 추기경께서 보여주신 소신과 결단, 울림 있는 용기는 참으로 경외롭고 존경스럽다”며 추기경의 삶을 ‘치우침보다는균형, 배척보다는 포용, 강자보다는 약자, 나보다는 우리, 감정보다는 이성, 내세움보다는 겸손’이라고 정의하고 싶다고 썼다.

집필에는 현인아(라파엘라) MBC 기자, 김후호정(파비올라) 경향신문 기자, 김지영(이냐시오) 전 경향신문 편집인, 김한수 조선일보 기자 등이 참여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