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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 입회한 시각장애 정치인 ‘하빕’… 사제직의 새로운 삶 그리다

참 빛 사랑 2020. 9. 12. 20:29

미국 워싱턴 주 부지사로 활동하다 정치계에 환멸 느끼고 올 8월 입회

▲ 최근 예수회에 입회한 미국 부지사 사이러스 하빕. 하빕 SNS 출처


하빕은 공직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올해 3월 부지사 재선 대신 예수회에 입회하겠다고 밝혀 세간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지난 8월 16일 하빕은 예수회 수련원에 입회했다.



미국 유명 정치인으로 이름을 떨치다 최근 수도자로서 새 삶에 뛰어든 이가 있다. 워싱턴주 부지사로 활동해온 시각장애 정치인 사이러스 하빕 이야기다. 지난달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예수회 서부관구에서 그의 입회식이 열렸다.
 

 

이란 이민자 가정 출신 하빕
 

1981년 미국 메릴랜드주 태생인 하빕은 이란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출생 직후 희귀성 안종양을 앓게 된 그는 8살 무렵, 세 차례 암 수술을 받고 시력을 모두 잃었다. 변호사였던 어머니의 가르침 덕에 그는 장애로 인한 차별 속에서도 자신을 변호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초등학생 시절 하빕이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 때, 학교 측은 놀이기구를 타다 다치지 않도록 감시카메라 앞에 가만히 서 있을 것을 요구했던 일이 있었다. 하빕의 어머니는 당장 교장에게 찾아가 아들이 놀다 미끄러져 넘어질 수도 있고, 심지어 팔이 부러질 수도 있음을 안다면서 “팔은 부러지면 고쳐도, 상처받고 부러진 영혼은 고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빕은 이 사건이 자신이 보통 사람들이 하는 모든 활동에 포함될 자격이 있는 사람임을 깨닫게 해준 결정적 순간이었음을 고백했다.

 

장애 극복하고 정치계 입문
 

장애를 극복하며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배우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추구했던 하빕은 학문에 두각을 나타냈고, 명문 컬럼비아대에 입학했다. 학부생이던 2001년 당시 뉴욕주 연방 상원의원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의 뉴욕사무실에서 인턴생활을 시작하면서 정치계에 입문했다. 그는 9ㆍ11테러 직후 맨해튼 지역의 가정과 사업체들의 복구사업에 동참하면서 정치와 공공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이후 옥스퍼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하빕은 영국 유학 중 가톨릭 신자로 거듭나게 된다. 2012년 주 하원, 2014년 주 상원의원을 지낸 그는 지지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2016년 워싱턴주 부지사에 당선됐다.
 

하빕은 자신이 받은 혜택을 워싱턴 시민들과 장애인들에게도 제공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을 위해 노력했다. 장애 청년들을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 모금 마련을 위해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 산 등정에 나서는가 하면, 의회에 점자 시스템도 도입했다.
 

소외된 이들 위해 수도회 입회
 

그는 누구보다 승승장구했지만, 정치계에 금세 환멸을 느꼈다. 그에게 비친 정치인들의 모습은 약자들의 삶보다 가식과 타협, 명예에만 관심이 많았다. 이를 계기로 그는 2017년부터 수도 성소 식별에 들어갔다. 본당 신부가 건넨 미국 예수회 가톨릭 주간지 아메리카 편집 책임자 제임스 마틴 신부의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발견하기」를 통해 그는 이냐시오 영성을 알게 됐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길이야말로 사제직임을 깨달았다.
 

하빕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인으로 재직 중 저의 우선순위는 가난한 이, 병든 이, 장애인, 이민자, 우리 사회 중심에서 소외된 모든 이들이었으며, 이는 가톨릭 사회교리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며 “소외된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그들에게 힘을 주며, 정신적인 상처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유하며 동반하는 데에 저를 바쳐야겠다는 소명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제 막 정치인에서 사제직으로 새로운 삶의 궤적을 그리기 시작한 하빕은 자신을 응원해준 모든 이에게 기도를 요청했다.

 

정석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