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교구 주교좌 죽림동성당 전경. 죽림동성당은 전례 공간 구성의 교과서라 불릴만큼
상징성과 예술성, 기능성을 고루 갖춘 교회 건축물이다.
춘천교구 주교좌 죽림동성당은 ‘전례 공간 구성의 교과서’라 불릴 만큼 전례의 상징성, 예술성, 기능성을 고루 갖춘 교회 건축물이다. 강원도 춘천시 약사고개길 21에 자리하고 있는 죽림동성당은 내부 기둥이 없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대표적인 로마네스크 양식 석조 건축물(등록문화재 제54호)이다. 1956년에 봉헌했고, 1998년 대규모 보수와 2013년 성역화 사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름난 20여 명의 성미술 작품으로 성당 안팎이 꾸며져 ‘한국 가톨릭 미술의 보고(寶庫)’라는 평도 듣는다. 또 죽림동대성당은 6ㆍ25 전쟁 때 순교한 춘천교구와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사제 7명의 묘소가 조성돼 있는 성지이다. 이처럼 죽림동성당은 춘천교구의 깊이 있고, 무르익은 순교 전통의 반석 위에 세워진 신앙 터전이다. 따라서 순교 역사와 전례 공간이 담고 있는 예술미를 함께 살펴야 죽림동성당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죽림동성당은 본당 모체인 곰실공소의 엄주언(마르티노, 1872~1955) 회장과 신자들, 그리고 초대 춘천교구장 토마스 퀸란(Thomas Quinlan, 1896~1970) 주교와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선교사들의 희생으로 세워졌다. 1949년 4월 곰실공소 신자들은 십시일반으로 헌금해 땅을 사고 홍천 강가에서 돌을 주워야 성당을 지었다. 퀸란 주교(당시 신부)도 움막을 짓고 보리와 강냉이로 끼니를 때우면서 건축 기금을 보태고 군부대 중장비 지원을 받아 성당 터를 다졌다. 외벽을 세우고 동판 지붕까지 얹었을 때 6ㆍ25 전쟁이 터졌다. 퀸란 주교는 1950년 7월 2일 주일 미사 도중 총을 쏘며 성당에 난입한 인민군에게 끌려갔고, 성당은 1951년 5월 공습으로 한쪽 벽이 무너졌다. 하지만 전쟁 와중에도 성당 복구 작업이 진행됐고, ‘죽음의 행진’이란 고초를 겪으면서도 생환한 퀸란 주교가 1953년부터 1957년까지 주한 교황사절 서리로 활동해 미군과 교황청의 지원을 받아 복구 공사를 순조롭게 할 수 있었다.
▲ 죽림동성당 내부. 특별한 장식없이 간결하다. |
▲ 죽림동성당 중정. 성당을 찾은 신자들과 순례자들이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기 전에 흐트러진 자신을 차분하게 가다듬을 수 있도록 중정을 마련해 놓았다. |
▲ 춘천교구와 죽림동본당의 주보인 예수 성심 상. |
춘천교구 60주년을 기념해 1998년 중창(重創)한 죽림동성당은 전례 거행에 합당하고 예술적으로도 빼어난 성당으로 새로 태어났다. 성당 중앙 종탑 십자가는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의 종탑 십자가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와 한 뿌리에서 나온 관구 교구임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성당 문은 성과 속의 경계이다. 죽림동성당의 문 아치볼트 중앙에는 돋을새김한 십자가 쐐기 돌을 박아놓아 로마네스크풍의 건축미를 더해주고 있다. 청동으로 만든 성당 문은 아기 예수와 마리아, 요셉이 헤로데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신하는 장면(마태 2,13-15)과 예수께서 산상 설교(마태 5,1-12)를 하시는 장면을 돋을새김해 이 집을 찾는 하느님의 백성이 누구를 의지해 어디로 향해 가야 하는지를 일러준다. 또 청동 문 부조 윗단에 강원도 지역을 선교했던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의 업적을 기리는 옛 아일랜드풍 십자 문양이 새겨져 있다.
성당 오른편 정원에는 춘천교구와 죽림동성당의 주보인 ‘예수 성심’ 상이 서 있다. 최종태(요셉) 교수의 작품이다. 반대편 성모자 상은 고 김세중(프란치스코) 선생의 백시멘트 작품을 조각가 이춘만(크리스티나) 선생이 화강암으로 원작을 되살려 세웠다.
성당 내부 양쪽 벽면에는 색 유리화와 십자가의 길로 장식돼 있다. 색 유리화 27점은 최영심(빅토리아) 선생의 작품으로 성당 왼쪽 벽에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 △생명의 물 △불가마 속의 세 젊은이 △엘리야와 엘리사 △요나의 회개와 구원 △불붙은 떨기와 모세의 소명이, 오른쪽 벽에는 △생명의 빛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 △열 처녀의 비유 △믿음의 눈 △겟세마니에서의 기도 △광야에서의 유혹이 배치돼 있다. 제단과 신자석은 색 유리화 ‘흐르는 빛’을 경계로 구분된다. 제단 색 유리화는 왼편부터 △아브라함의 제사 △노아와의 새 계약 △세상의 빛 △죽음과 참 생명 △주님 탄생 예고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제단 양쪽 벽면에 걸려 있는 성모자와 예수 성심을 주제로 한 성화 역시 최영심 선생 작품이다. 교회는 예수 성심의 피와 물로 태어난다. 예수 성심은 하느님의 마음 자체이며, 구원의 원천이다. 성당과 제단 좌우편에 똑같이 성모자 상과 예수 성심 상을 배치한 것이 이채롭다.
▲ 죽림동성당 뒤뜰에 조성돼 있는 춘천교구 순교자와 성직자 묘역. |
죽림동성당 뒤뜰에는 성직자 묘역이 단장돼 있다.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에 포함돼 시복 재판 중인 순교 사제 7명의 묘소와 초대 교구장 퀸란 주교를 비롯해 선종한 교구 성직자들의 묘소다. 순교자 7위의 묘소 중 앤서니 콜리어ㆍ제임스 매긴ㆍ패트릭 라일리 신부의 묘소에는 유해가 안장돼 있고, 북한 지역에서 순교해 시신을 찾을 수 없는 백응만(다마소)ㆍ이광재(티모테오)ㆍ김교명(베네딕토)ㆍ프랜시스 캐너밴 신부 묘소는 가묘이다. 묘역 옆에 순교자를 현양하고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 통일을 염원하는 5m 높이의 나무 십자가가 서 있다. 2000년 대희년 6월 25일 강원도 철원군 월정리 역에서 열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전국대회’ 때 설치한 제단 십자가이다.
이처럼 춘천교구 주교좌 죽림동성당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순교자, 오늘을 사는 신앙인을 전례와 신앙 안에서 현존할 수 있도록 잇는 아름다운 하느님의 집이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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