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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봉사자 지난 11월부터 활동
성별·나이 넘어서 맡은 일에 최선
평일 미사 시작 1시간 30분 전인 오후 6시. 앞치마를 두른 남성 3명이 제의방과 제대를 오가며 미사 준비에 한창이다.
의정부교구 관산동본당 김승일(요아킴, 74)·오건석(야고보, 66)·이우영(야고보, 65)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제대회의 듬직한 남성 봉사자로 자리매김했다.
김씨는 “청소와 빨래를 깨끗이 해 딸이 ‘깔끔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며 “평소 하던 대로 제의를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남다른 책임감으로 은퇴 후에도 서울 동성고등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오씨는 장갑을 끼고 조심스레 제병을 성반에 옮기는 작업에 임했다. “행여 실수라도 할까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한 이씨는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 제단 청소와 성상을 닦는 데 여념이 없다.
[영상] 관산동본당 제대회
이들은 어떻게 제대회 회원이 됐을까. 전국 교구를 봐도 남성 제대회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 배경엔 본당 주임 나인구 신부의 권유가 있었다. 나 신부는 지난해에도 여성 성체분배자와 여성 사목회장을 임명하는 등 성별을 넘어선 교회 공동체를 추구하며 전례 봉사의 통념을 깼다. 서로 경청하는 시노달리타스의 실천적 차원이었다. 그러다 교회 안팎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남성 신자 3명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10여 년 전 같은 남성구역 모임에서 만나 인연을 이어왔다. 교회 내 단체 활동은 물론, 3년 전부터는 관내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홀몸노인 도시락 배달봉사도 함께하고 있다. 성당 안에선 식탁을 차리고, 밖에선 이웃을 위한 먹거리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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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일이면 무슨 일이든 발 벗고 나서는 이들이지만, 막상 제대회에는 선뜻 발을 들이지 못했다. ‘남자가 제대회를 하는 게 맞나?’ ‘이 나이 먹고 실수나 하지 않을까?’ 등 깊은 고민 끝에 문을 두드리게 됐다.
“처음엔 굉장히 망설였습니다. 함께여서 가능했지 혼자였으면 못했을 겁니다. 교우들도 앞치마를 한 저희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곤 했어요. 실수도 잦았죠. 미사 경본을 잘못 펴놔서 주례 사제가 한참 동안 찾기도 하고, 제대 준비 중 실수로 문을 세게 닫아 기도하는 신자들에게 분심이 들게 하기도 했습니다. 죄송하고 민망하더라고요. 그래도 두세 달 하다 보니 다들 좋아하십니다. 저희도 점점 소명 의식이 커지고 있고요.”
시작에 대한 망설임도 있었고, 실수하는 과정을 거치며 지금도 배워가고 있지만, 이들은 이제 제대회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김미숙(로사) 제대회장은 “세 분과 주님 성탄 대축일을 함께 준비하면서 마치 동방 박사 세 사람이 온 것처럼 느껴졌다”며 “제대회의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성수가 담긴 항아리와 같이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작업, 장례 미사에서 향 피우는 일 등 제대회에서는 남성들의 역할이 필요한 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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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들어와 보니, 우리가 필요한 부분이 꽤 있더라고요. 세심한 부분은 부족하지만, 제대회라고 굳이 여자들의 일로만 여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주님의 일을 준비하는 데 남녀와 나이가 중요할까요?”
김씨는 “제대회는 주님의 제단에 먼저 갈 수 있는 은총의 단체”라고 했다. 오씨도 “교회 전례를 전반적으로 배울 수 있어 신앙을 더 굳게 다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제대회원이 추구하는 태도 자체가 ‘있는 듯 없는 듯’이라고 배웠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어진 소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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