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어머니의 한마디였다. “어제 외할머니댁 갔다가 흑석동성당에서 미사 봤는데 부주임 신부님 강론이 참 좋더라.”
연말이라 한창 약속이 많을 때였다. 외출 준비에 여념이 없어 “아, 그래요?”라고 짧게 대답하고 넘어갔다. 서둘러 집 밖으로 나온 뒤 지하철에 타서 숨 돌리고 있는데 문득 조금 전 대화가 떠올랐다. 평소 황창연 신부 영상이면 몰라도, 직접 다녀온 미사 강론 좋다는 말은 좀처럼 한 적 없던 어머니였다. 호기심이 동했다. 늦은 밤 귀가하자마자 안방으로 달려가 유튜브를 보던 어머니를 붙잡고 더 자세히 이야기해달라고 졸랐다.
내용인즉슨, 서울대교구에는 사제가 상주하며 어렵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선교본당이란 공동체가 존재한다. 그중에서 관악구에 있는 봉천3동선교본당은 매주 홀로 사는 어르신과 청년에게 손수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이웃사랑 실천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흑석동본당 1부주임 김한솔 신부와 청년들이 봉천3동선교본당을 방문할 예정이란다. 그것도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 저녁 미사를 마친 뒤에 말이다.
아기 예수님이 탄생한 기쁜 날이면서도 금쪽같은 공휴일이기도 하건만. 그 귀한 시간을 이처럼 소중한 체험에 할애하려는 청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성탄이 지난 뒤 흑석동본당으로부터 받은 사진을 보니, 청년들은 하나같이 밝고 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누군가에게 끌려온 게 아니라, 원해서 기꺼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청년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봉천3동선교본당 주임 강선훈 신부와 봉사자들 얼굴에서도 선한 기운이 느껴졌다. 어떤 곳인지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가 밝았다. 나라 안팎으로 혼란스럽고 힘든 나날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희망과 사랑을 담은 기사를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곧장 달려갔다. 봉천3동선교본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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