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오직 하나의 이슈에 휘말려있다. 다른 어떤 이슈도 보이지 않는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계엄 발표에 너무 놀라고 급한 마음에 여의도 집회에 두 번 참여했다. 뜨개질하던 할머니,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초등학생, 능지처참을 얘기하는 할아버지들, 서로 기말시험을 걱정하던 청년 남성들 등 시위대라고 보기에는 정겨운 모습이 많았다.
그중 가장 눈에 띈 이들은 2030 청년 여성들이었다. 탄핵 결과만 보고 자리를 뜨려는 나와는 달리 그들은 자리를 잡고 앉아 오래 머무를 태세였다. 언론은 이들에게 주목했다. 이들이 어떻게 집회의 집단적 주체가 되었는지, 당당한 정치적 주체로 우뚝 서게 되었는지 기사를 쏟아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국민의힘의 젊은 남성 당 대표는 ‘젠더 갈라치기’의 선봉에 섰다. 그는 이에 머물지 않고 장애인과 같은 소수자들과 일반 시민도 갈라쳤다. 그렇지 않아도 젠더 갈등과 소수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표면화되고 있던 상황에서 이 전략은 젠더 갈등을 폭발시키는 기폭제이자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정치적 전략은 갈등의 한 당사자로서 2030 청년 여성들에게 그들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집단 의식을 갖게 했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젠더 갈라치기’는 청년 여성들의 집단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방아쇠로 작동했으리라 본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토론과 공론의 장으로 활용하면서 행동해야 할 사안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연대하는 능력, 소수자에 대한 공감 능력 등이 2030 청년 여성들을 탄핵 정국에서 강력한 집단적 주체로 서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주목할 것은 이들의 행동이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이다. 분명한 것은 민주주의·민주공화국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다. 민주공화국에서 살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능동적인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내란 사태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공기처럼 너무도 당연히 여겨온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사태에 맞서 추위와 시간에 아랑곳하지 않고 결집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앞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어떤 난관에도 지켜질 것이라는 안도감이 든다. 미안하고 고맙다. 민주공화국을 지켜낼 ‘새로운’ 집단주체의 탄생이 기쁘다. 한국 사회가 앞으로 괜찮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겨난다.
2030 청년 여성들의 행동이 향하는 또 다른 곳은 소수자·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다. 이들은 장애인·농민·이주민·성소수자·동물 등 다양한 소수자들과 공감하고 행동으로 연대한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정치적 힘에 맞선다. 나와 같은 사회복지 연구자는 사회적 약자들을 마주할 기회가 많고, 이들과 관련된 정책과 제도들을 분석하고 비판하면서 대안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 대안은 정부 관료들이나 정치가들의 결정에 너무도 무력하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당사자들이 스스로 조직화하여 목소리를 내보기도 하지만 이 역시 무력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요구에 공감하고 이들과 함께할 시민적인 집단 주체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2030 청년 여성들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근거다.
김인숙 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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