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희송 주교가 견진성사를 집전하면서 학생들 이마에 성유를 바르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DB
세례성사를 받은 신자들이 신앙을 견고히 해 더욱 성숙한 신앙인이 되도록 성령의 은총을 베푸는 예식이 ‘견진성사’입니다.
세례성사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일치시킨다면, 견진성사는 성령 강림의 은혜를 더욱 견고하게 합니다. 세례성사로 하느님 자녀로 태어난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 된 신분을 공적으로 드러내 신앙을 고백하고, 증거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견진성사의 성경적 근거
견진성사는 주교의 안수와 성유(올리브 기름)를 바르는 예절로 이뤄집니다. 이는 구약시대부터 행해지던 축복 예절 관습에서 유래합니다. 이 안수는 하느님의 약속을 실천하거나 성사의 은총을 받은 사람에게 베풀던 것으로, 그 유래는 성경(창세 12,3) 말씀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야곱이 이사악의 안수로 하느님의 약속을 계승하게 되고, 여호수아는 모세의 안수로 후계자가 됩니다. 성유를 바르는(도유) 행위는 아론과 그 아들들을 도유함으로써 사제로 축성한 데서 시초를 찾고 있습니다. 사울이 사무엘에 의해 도유돼 왕으로 축성되거나 다윗이 도유돼 성령이 그를 덮게 됩니다.(1사무 16,13) 이처럼 구약에서 견진성사의 예를 볼 수 있습니다.
초대 교회 때는 세례소, 즉 십자가 성당이나 성당 세례대에서 알몸으로 나온 새 영세자가 흰옷을 입은 다음 성유를 도유받음으로써 견진성사를 받았습니다.
① 견진성사의 특별한 은총
견진성사는 성령께서 우리에게 특별한 은총(恩寵)을 베풀어주는 ‘성령의 성사’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부활하신 다음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성령을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시고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견진성사를 통해 성령께서 내려주시는 일곱 가지 은혜, 곧 성령칠은은 지혜(슬기)·통달(깨달음)·의견(깨우침)·용기(굳셈)·지식(앎)·공경(받듦)·경외(두려워함)입니다. 성령의 일곱 가지 선물을 더욱 풍부하고 충만하게 맺는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는 사랑·기쁨·평화·인내·호의(친절)·선의(착함)·성실·온유·절제입니다.
② 견진성사는 일반적으로 만 12세가 넘고 교리교육을 충분히 받아 교회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자세를 갖춘 사람이 받게 됩니다. 견진성사 때에도 대부모가 있어야 하는데, 세례성사 때의 대부모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견진성사는 세례성사의 완성이기 때문입니다.
③ 교회는 견진성사를 집전하면서 안수와 함께 향유를 바르는 예식을 거행했고, 이 예식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동방 교회에서는 이 성사를 ‘도유성사’ 또는 ‘축성 성유 도유’라 부릅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289항 참조)
④ 견진성사 집전은 주교 또는 주교의 위임을 받은 사제가 합니다. 주교가 전체 견진자들 위에 두 손을 펴는 안수는 사도 시대부터 ‘성령’을 준다는 표징이었습니다. 교회는 성령의 부여를 더 잘 드러내고자 안수에 축성 성유를 바르는 예식을 추가했습니다. 주교는 안수한 후 견진자의 이마에 축성 성유를 바르면서 “성령 특은의 날인을 받으십시오!”라는 말로 견진성사를 수여합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300항 참조)
박모란 교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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