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팬데믹으로 교육활동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한 기간이 있었다. 이후 매일 등교하게 되면서 학교는 활기를 되찾고 모든 것이 정상인 듯했다. 그래도 학교를 벗어나는 체험학습을 자유롭게 다니기엔 많이 염려스러웠고, 현장 체험학습 장소 또한 원상 복귀되지 않았다.
졸업 전 2년을 격리와 방역으로 지낸 6학년은 숙박형 체험학습을 한 번도 못 했다. 이 아이들이 안타까워 6학년 담임교사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1박 하는 ‘별빛 야영’을 계획했다. 불과 하룻밤을 학교에서 지내는데, 아이들은 먼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큰 여행 가방에 알록달록 사복도 몇 벌씩 담아왔다. 교복을 입는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사복을 입는 것이 즐거운 일탈이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다른 가방에는 조리도구와 음식재료가 가득하다. 5시부터 운동장 한켠에서 조별로 음식을 만든다. 이때 많은 선생님이 합류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음식을 나누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저녁 식사 후에는 강당에서 장기자랑으로 ‘끼’를 맘껏 발휘했다. 야영의 정점은 친구들과의 수다. 바닥난방이 있는 방에 여학생, 남학생끼리 모여 밤새 수다가 이어졌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모든 선생님이 참여했다. 담임교사는 물론이고 전담 교사와 교직원들도 합류해 야간 경비도 하고 마무리도 했다. 한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 “교장 수녀님, 이렇게 많은 선생님이 우리를 위해 계시는 거예요? 우리는 좋지만 가성비는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다소 놀라운 아이의 발상이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 온통 가성비로 세상 가치를 재려는 시대에 우리는 참 가성비 떨어지는 사도직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이 옳고,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의 삶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가성비가 떨어졌고, 그래서 생명이 되고 부활하셨다.
‘복음의 증거자로서 교육자’라는 노틀담 교육원리 역시 예수님 삶을 따르기에 가성비는 떨어진다. 그래도 괜찮다. 가성비 떨어지는 귀한 가톨릭 교육을 복음을 위해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헌신하고 있다.
박원희 수녀(노틀담 수녀회, 인천 박문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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