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대교구의 레오 파탈링허그 신부가 2019년 사순절을 맞아 해산물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OSV
“가톨릭 사제로서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찬례입니다. 몸뿐만 아니라 영혼이 고픈 이들과 음식을 나누고 있습니다. 사랑받은 사람들은 큰 변화를 맞습니다. 이것이 제가 받아모시는 빵과 포도주입니다.”
레오 파탈링허그 신부가 미국 메릴랜드 주(州) 볼티모어대교구 시내에 특별한 레스토랑 ‘가스트로 소셜(Gastro Social)’ 문을 열었다. 파탈링허그 신부는 2009년 미국의 유명 요리사 바비 플레이의 TV 요리경연 프로그램 ‘바비 플레이와의 스로다운(Throwdown with Bobby Flay)’에서 우승한 실력있는 요리사다. 이후 밥차를 운영하며 배 굶는 이들을 돌봤다. 현재는 미국의 세계적인 가톨릭방송 EWTN에서 ‘우리의 신앙을 맛보다(Savoring Our Faith)’란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음식과 신앙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파탈링허그 신부가 최근 문을 연 레스토랑은 여느 음식점과는 사뭇 다르다. 일하는 직원 대부분은 교정시설을 출소해 속죄 후 새 삶의 기회가 간절한 이들이다. 파탈링허그 신부는 빈민가에서 밥차를 운영하면서 음식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고 곧장 레스토랑을 차렸다. 교정시설 출소자들이 일년 내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파탈링허그 신부는 이 같은 사목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모든 이가 음식을 통해 하느님을 경배하고, 음식의 힘으로 선행을 실천하자’는 자신의 사명을 이어가고 있다.
파탈링허그 신부는 “음식을 제공한다는 건 어려운 이웃의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는 작은 행동”이라면서도 “한때 같은 상처를 겪었던 레스토랑 직원들이 빈민가에 사는 이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돌봐주면서 궁극적으로 그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실제 파탈링허그의 신부의 사목으로 새 삶을 얻은 올해 22세인 임마누엘 맥패든씨는 마약과 폭력의 위험이 도사리는 동네에서 자랐다. 그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검은 유혹에 빠진 적도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살다가는 감옥에 가거나 목숨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리사라는 새 꿈을 찾았다. 이 소식을 들은 파탈링허그 신부는 곧 그에게 자비의 손을 내밀었다.
워싱턴 D.C.에서 유명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수석 요리사 스티븐 올브라이트씨도 파탈링허그 신부를 만나 삶이 180도 달라졌다. 그는 폭행죄로 6년간 교정시설에 갇혔다 파탈링허그 신부를 만나 요리사가 됐다. 올브라이트씨는 제2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부님을 통해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어떻게 일하시는지 들을 때면 여전히 전율을 느낍니다. 신부님에게 스스로를 용서하는 법과 주님께서 이미 우리를 용서하셨다는 놀라운 사실도 배웠습니다. 이 넓은 주방에서 일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저는 주님의 인도로 이 자리에 있습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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