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추계 총회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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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과생명위원회 신임 위원장 이성효 주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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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과생명위원회 신임 위원장 이성효 주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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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교자현양과 성지순례사목위원회 신임 위원장 김선태 주교. |
한국 교회가 2018년을 ‘평신도 희년’으로 지내기로 한 것은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설립 5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한국평협은 단체 설립 50주년을 맞아 ‘평신도 희년’을 선포해 줄 것을 주교회의에 요청했고, 한국 주교단은 이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주교회의 사무처장 김준철 신부는 “평신도 희년 선포에 모든 주교가 공감하고, 한발 더 나아가 평신도 희년을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도록 최대한 돕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홍보국장 이정주 신부도 “주교님들이 기쁘게 승낙하고 깊이 공감하면서 평신도 희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총회 폐막 후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 교회는 평신도에 의해 복음의 공동체가 시작됐고 평신도 힘에 의해 성장했다”면서 “평신도 희년을 계기로 200여 년 전 시작된 평신도의 선각자적인 활동이 식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한국 교회의 영적 성장을 위한 하나의 동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교회의는 평신도 희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교황청 내사원에 전대사 수여를 청원하기로 했다.
복음적 가난을 실천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 뜻에 따라 올해부터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World Day of the Poor)’로 지내기로 확정한 것도 이번 총회의 주요 성과다. 한국 교회는 이미 대림 제3주일을 ‘자선 주일’로 지내고 있어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별도로 지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좀더 배려해야 한다는 교황의 뜻을 살려 자선 주일과는 별도로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지내기로 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가난한 자를 꼭 수혜자로만 생각하지 말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언급하면서 “가난한 이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함께 나누는 공유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특히 “일 년에 하루 반짝 가난한 이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돈을 주는 것뿐 아니라 학술대회 등을 통해 경제적 불평등을 개선할 부분을 찾아 정부에 제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주교회의는 연중 제33주일에 지내는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이 평신도 주일과 겹치기에 2018년부터는 평신도 주일을 한 주 앞당겨 연중 제32주일에 지내기로 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해마다 사회적 약자를 선정해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실천하기로 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이에 정평위는 2017년 지원 대상으로 농ㆍ어촌 이주민 노동자를 선정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농ㆍ어촌 이주민의 인권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에서다. 정평위는 국내이주사목위원회와 함께 농ㆍ어촌 이주민과 연대에 적극 나서고, 농민을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 근로기준법 제63조 폐기 등 제도적 모순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2018년 4월 3일 전후를 4ㆍ3 70주년 기념 주간으로 설정하기로 한 것은 제주 4ㆍ3 70주년을 계기로 분단 종식과 민족 화합을 위한 길을 모색하자는 강우일 주교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 제주교구는 4ㆍ3 70주년 기념을 위한 모임을 갖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로 했다.
주교회의는 전국위원회 일부 조직을 신설ㆍ통합하거나 명칭을 변경했다.<표 참조> 각 위원회 성격과 활동 범위를 더욱 명확히 하고, 동시에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생명윤리위원회 산하 생명운동본부를 가정사목위원회와 통합해 ‘가정과 생명위원회’를 신설한 것은 생명운동을 가정사목과 연계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신임 위원장은 이성효 주교다.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산하에 있던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는 성지순례 활성화를 위해 순교자현양과 성지순례사목위원회로 분리 신설했다. 신임 위원장은 김선태 주교가 맡았다. 또 매스컴위원회는 역할이 한정돼 있어 보다 폭넓은 활동을 위해 사회홍보위원회로 이름을 바꾸는 한편 각 교구와의 더욱 긴밀한 협조를 위해 주교회의 홍보국장이 위원회 총무를 맡도록 했다. 문화위원회와 복음화위원회는 각각 문화예술위원회, 복음선교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했고 정의평화위원회 산하에 노동사목소위원회를 신설했다.
이밖에도 주교회의는 수도자와 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서울대교구 구요비(성직주교위원회 위원) 주교를 수도회 담당 주교로 임명했다. 2020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제52차 세계성체대회 한국 대표로는 장신호(대구대교구 보좌) 주교를 선출했다.
신익준 기자 ac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