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최대 순교성지인 서울 서소문 밖 네거리의 성지 조성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 중구 의회가 6월 말 서소문역사공원ㆍ순교성지 조성 사업 관련 예산 승인을 미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업은 6월 현재 공정 12% 상태에서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서소문순교성지는 44위 성인과 27위 복자가 순교한 장소로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순례한 한국 천주교 최대 순교성지다. 서울시와 서울 중구청은 이곳을 근린공원과 공용주차장, 재활용 쓰레기 집하장, 청소차 차고지로 사용해 왔다. 이에 서울대교구는 서소문 밖 네거리라는 장소와 그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한국 천주교회사와 조선 후기 시대상을 담은 역사공원으로 재조성하는 것이 좋겠다고 서울시와 서울 중구청에 자문했다.
서울 중구는 서울대교구의 자문을 바탕으로 201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를 설득해 서소문 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고, 전체 사업 예산 574억 중 국비 50%, 시비 30%, 구비 20%를 투입, 2018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2월 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중구 의회가 지난해 말부터 사업 심의를 6차례나 부결시켰다. 2017년 예산 편성을 거부한 데 이어 올해 추경 예산으로 제출한 51억 7000만 원의 사업비도 예결특위에서 부결했다. 7월 안에 예산이 승인되지 않으면 9월부터 공사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사업이 중단될 경우 이미 받아놓은 국비 77억 원과 시비 130억 원도 반환해야 한다.
중구 의회가 제동을 건 표면상 이유는 중구가 구의회에 지하 주차장 사용을 위한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소속 구청장을 견제하려는 수단으로 계속해서 예산을 부결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청과 구의회의 원만한 합의를 기대해온 서울대교구는 공사 중단이 현실화되면서 7일 총대리 손희송 주교 명의로 호소문을 발표하고 서소문 역사공원ㆍ순교성지 조성사업 추진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에 나섰다.
손 주교는 호소문에서 “사업이 중단되면 복구 비용만 약 300억 원에 이르고, 공사 중지에 따른 현상 유지 비용도 매달 1억 2000만 원가량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중구 의회는 실리와 명분 없는 공사 중단 요구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손 주교는 특히 “중구 의회는 당리당략적 태도에서 벗어나 중구청과의 협의와 협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달라”면서 “7월 중 임시 의회를 소집해 관련 예산을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서울대교구는 손 주교의 호소문을 9일과 16일 자 서울주보를 통해 알리고, 서소문 성지조성사업 추진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과 기도를 교구 소속 전 본당 신자들에게 요청했다. 서울대교구는 21일까지 신자들의 서명을 받은 뒤 서울시 중구 의회에 명부를 제출할 계획이다.
리길재 기자 teotokos@
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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