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식 대표가 종합상황실에서 직원 설명을 들으며 안전 관리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 김홍식 대표가 냉담했다가 다시 신앙을 찾게 된 이야기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
“기업의 이윤은 반드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선친의 이런 뜻에 따라 사회 공헌 활동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기업이 있다. (주)전북도시가스다. 이 회사의 김홍식(아우구스티노, 60) 대표이사가 “사회 봉사 활동을 빼면 내세울 게 없다”고 말할 정도로 사회 공헌 활동은 전북도시가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회사 경영 이념 4가지 가운데 하나가 사회 공헌 활동이다.
전주역에서 멀지 않은 전주시 덕진구 장재안길 31에 있는 (주)전북도시가스는 전라북도 내 14개 시군 가운데 전주시와 김제시를 포함한 7개 시군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기업이다.
“‘도시가스’라고 하면 공기업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공기업인 도시가스공사가 일종의 도매업이라면 전북도시가스는 가정을 비롯해 가스를 사용하는 업체에 직접 공급하는 소매업인 셈입니다. 전국적으로 전북도시가스 같은 소매업 회사가 33곳 있지요.”
김홍식 대표는 “공기업은 아니지만, 공공성이 강한 일종의 독과점 기업”이라며 그래서 사회 공헌 활동에 비중을 두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전북도시가스는 사랑의 쌀 나눔·자원봉사·문화 예술 지원 활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2년에 시작한 사랑의 쌀 나눔 운동은 해마다 설날과 추석에 소년소녀가장과 홀몸노인 집을 직원들이 직접 방문해 사랑의 쌀을 전달하는 활동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연간 5000만 원 가량을 지원한다.
자원봉사는 회사가 특별히 관심을 쏟는 사회 공헌 활동이다. 2000년 전주시 자원봉사단 발족식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시작한 자원봉사 활동은 사내 6개 동호회를 중심으로 펼치고 있다. 동호회들은 각각 봉사단을 구성하고, 사회복지 시설과 결연을 하여 활동한다. 테니스회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의 보금자리인 모자원과, 산악회와 당구회는 장애인 생활시설들과, 배드민턴회와 낚시회도 양로원들과, 그리고 마라톤회는 빈첸시오의 집과 자매결연을 해 연중 3~4회 이상 현장 방문을 통한 봉사 활동을 펼친다. 회사에서는 활동비 지원 등을 통해 직원들의 자원봉사 활동을 독려한다.
회사는 1993년 목정문화상을 제정, 향토 문화 발전에 훌륭한 업적을 쌓은 이들을 시상해 왔다. 문화 예술 분야 지원을 더욱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고자 2001년에는 목정문화재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목정(牧汀)은 김홍식 대표 선친인 고(故) 김광수(1925~2013) 선생의 호. 그는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었을 뿐 아니라 대한교과서(현 미래엔)를 비롯해 현대문학, 미래앤서해에너지 등을 경영한 기업인이기도 했다.
전북도시가스는 1982년 김 대표의 큰형(김필식)이 아버지의 도움으로 시작했다. 김 대표는 1987년 기획실 과장으로 입사해 상무와 전무를 거쳐 2006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사실 저는 젊었을 때는 목장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아버지의 도움으로 덕유산 자락에서 ‘덕유 목장’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1985년 전국적으로 소 파동이 일어나 그 여파로 목장 경영에도 어려움을 겪었지요. 그러던 차에 큰 형이 갑자기 돌아가시니 회사를 맡을 사람이 없어 제가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선친의 후광을 입었지만, 회사를 전북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으로 육성하기까지 김 대표는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상무, 전무를 거쳐 사장이 되면서 스트레스는 더욱 심해졌다. 결국에는 극심한 공황장애를 앓아야 했다.
“때로는 잘못한 직원들에게 매몰차게 대해야 할 때가 있었는데, 그런 일이 쌓이면서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과로까지 겹쳐서 공황장애로 이어진 겁니다. 더구나 그때는 냉담 중이었지요. 약에 의존하며 불안하고 힘들게 지내던 어느 날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문득 하느님이 보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더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더군요.”
김 대표는 그 길로 성당에 가서 냉담을 풀었다. 성사를 보고 사제의 조언을 들으며 믿음에 의지하면서 노력해 나가자 공황장애가 조금씩 조금씩 줄어들었고, 3~4년 전쯤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냉담을 풀면서 본당(전주 서곡본당) 일에도 함께하기 시작한 김 대표는 현재 4년째 본당사목회 부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2년 6개월 동안 ‘성서백주간’을 공부한 후 지금까지 후속 모임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
“신심 깊은 분들에게는 별일이 아니겠지만, 제게는 성경 공부가 소중한 경험이 됐습니다. 물론 지금도 모르는 부분이 많아 열심히 읽고 묻고 하고 있지만….”
김 대표가 세례를 받은 해는 1989년이었다. 가톨릭계 학교에 다닌 아내(유경희 비비안나)의 영향이었다. 하지만 세례를 받은 이후에도 일만 있으면 핑계를 대고 주일을 지키지 않기 일쑤였다. 결국, 냉담으로 이어졌지만,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신앙을 되찾게 된 것이다.
“다시 신앙인이 되고 나니 집착에서 벗어나게 되더군요. 제가 바뀌니까 회사 분위기도 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봉사도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되고요…. 앞만 보고 달려가기보다 뒤를 보면서 나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때 기쁨이 오는 것 같습니다. 이 기쁨은 겪어본 사람만이 압니다.”
김 대표가 지난 2013년 3월 아내와 함께 전북 지역 최초의 부부 아너 소사이어티(1억 원 이상의 고액 기부자 클럽) 회원이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회사도 이 시기에 다문화 가정 지원 활동, 희망 도서 지원 사업 등 새로운 사회 공헌 활동을 시작했다. 유니세프, 굿네이버스, 한국 국제기아대책 같은 기구들에는 이미 길게는 15년 이상 꾸준히 후원 활동을 하고 있다.
“전북도시가스는 전북의 대표 가는 향토 기업입니다. 생존을 위해 무한 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다른 기업과도 같지 않지요. 지역에서 얻은 이익을 지역을 위해 돌려드리는 일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실 마음에 걸리기도 하지요. 그래서 수익의 일정 부분을 지역 사회를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임직원 130명을 두고 8개 협력사와 함께 전라북도 14개 시군 중 7개 지역에 30만이 넘는 세대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전북도시가스. 2013년 전북 지역에서 가장 들어가고 싶은 회사로 선정되기도 한 전북도시가스의 사회 공헌 활동은 회사 수익이 생기는 한 계속될 것이다. 글=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사진=변효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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