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루마리 화선지에 붓으로 신약성서를 필사한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
문: 성경의 장 절 구분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인가요, 아니면 나중에 추가된 것인가요.
답: 우리가 지금 보는 성경은 각 권마다 장과 절로 나뉘어 있어서 찾아보기가 편리합니다. 그러나 장 절 표기는 성경이 씌어질 때 함께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경을 찾아보기 쉽도록 나중에 붙여진 것입니다. 성경의 장 절 구분 역사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성경의 장 절 표기 구분 역사는 신약성경과 구약성경이 조금 차이가 납니다. 먼저 신약성경의 경우 2~3세기부터 성경 연구자들이 복음서를 중심으로 구분하기 시작해 5~6세기에 이르면서 복음서들은 318 부분으로, 서간서들은 254 부분으로 구분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에 앞서 4세기에 필사된 바티칸 사본에서는 마태오 복음을 68장, 마르코 복음은 48장 등으로 구분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구분은 완전하지 못했고 그래서 실제로 이용하는 데 불편한 점이 무척 많았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신약성경의 장 구분은 1205년 스티브 랑톤(1150~1228)이 창안했다고 합니다. 파리 대학 교수 출신으로 나중에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가 된 랑톤의 장 구분은, 불가타역 성경에 채택됐습니다. 불가타역은 성 예로니모(347~420)가 신구약 성경 전체를 당시 라틴어로 번역한 성경으로, 16세기 트렌토공의회에서 가톨릭 교회의 공식 성경으로 채택한 성경이지요. 그런데 신약성경에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것과 같은 절이 구분된 것은 훨씬 후대인 1500년대 중반의 일입니다. 인쇄업자인 로베르 에티엔(1503~1559)이 파리에서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된 신약성경을 출판하면서 기존에 구분된 장에 다시 절을 구분했습니다. 전해지는 말로는 당시 에티엔은 말을 타고 리옹에서 파리로 여행하면서 절을 구분했다고 합니다. 구약성경의 경우에 유다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회당에서 읽기 쉽게 주제별로 문단을 나누거나 한 줄을 띄우거나 해서 구분했습니다. 이런 흔적은 1947년 사해 동굴에서 발견된 꿈란 사본에서 볼 수 있는데 이 사본들이 기원전 1세기에서 기원후 1세기 사이에 사용되던 것이라는 점에서 그만큼 그 구분이 오래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다인들은 회당에서 회중 앞에서 히브리어 성경을 낭독할 때에 통역자가 아람어로 번역할 수 있도록 일정하게 끊어서 낭독했는데 이것이 나중에 절을 구분하는 것으로 발전하게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6세기에 와서는 구약성경의 절 구분에 해당하는 표시들이 히브리어 성경 본문에 첨가됐습니다. 그러나 구약성경에서 오늘날과 같은 장 구분은 히브리 성경이 아니라 라틴어 불가타역 성경을 통해서 이뤄졌고, 그 주역은 위에서 언급한 스티븐 랑톤 대주교입니다. 랑톤 대주교는 신약성경을 장으로 구분했을 뿐 아니라 구약성경도 숫자 형태로 장을 구분했습니다. 이 구분은 1330년에는 필사본 히브리어 성경에, 1516년에는 인쇄본 히브리어 성경에도 적용됐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한 인쇄업자 로베르 에티엔은 랑톤 대주교의 장 구분을 바탕으로 신약성경의 절을 구분하면서 구약 성경의 경우 전해져오던 절 구분 표시들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1571년에는 인쇄된 히브리어 구약성경에서 처음으로 절이 구분돼 출판됐습니다. 따라서 성경의 장 절 구분과 관련해서 랑톤 대주교와 로베르 에티엔 두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들 덕분에 우리는 편리하게 성경의 해당 본문을 찾아 읽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알아 둡시다 성경의 장 절을 표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새 번역 「성경」을 편찬하면서 성경 구절 표기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정했습니다. 예컨대 창세기 5장을 줄여서 표기할 때는 '창세 5'로, 창세기 3장 15절을 줄여서 표기할 때는 '창세 3,15'로 각각 표기합니다. 또 창세기 3장 5절부터 10절까지로 절이 이어질 때는 붙임표를 써서 '창세 3,5-10'으로, 창세기 4장부터 6장까지로 장이 이어질 때는 줄표를 써서 '창세 4─6'으로 표기합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성경」 '일러 두기' 10항에 나와 있습니다. 성경 장 절을 표기할 때 이 원칙을 잘 새겨두었다가 틀리지 않게 표기하면 좋겠습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c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