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PR실 문병걸 주니어 매니저, '벤문'의 유럽여행기 4편!
이번에는 런던에서 즐긴 뮤지컬 투어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는데요. 지금부터 함께 보시죠!
런던 2일차, 따스한 햇살을 맞이하며 아침 일찍 제가 찾아간 곳은 빅토리아 역 부근에 위치한 빌리 엘리어트 전용관이었습니다. 유럽 여행을 떠나기 전 PR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멘티의 추천으로 이 작품만은 꼭 봐야겠다고 찜~ 해놨었거든요. :)
공연 시작 시간은 오후 7시 30분! 그런데 저는 왜 이리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떨며 빅토리아 팰리스 시어터를 찾았을까요? 바로 얼리버드 관객들만 누릴 수 있는 ‘데이 시트(Day Seat)’ 특전 때문입니다!
티켓부스 오픈 1시간 전에 빅토리아 팰리스 시어터에 도착하니 매정하게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 밖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빵과 커피로 허기진 배를 달래야 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이 제가 선착순 대기 1번이었다는 사실!
티켓팅을 시작하고 배정받은 좌석은 무대 맨 앞 정 중앙 좌석(Row A Stalls)! 2인 티켓을 무려 1장 가격에 구매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로망이 현실이 되었을 때의 기쁨이란~ 게다가 바로 뒷열 VIP석과 가격 차이는 무려 40파운드 이상!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 팀이 내한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보니, 런던으로 여행을 가면 뮤지컬 한두 편 보는 것이 우리나라 관광객들 사이에 통과의례처럼 돼버렸는데요. 하루 여행 경비에 버금가는 뮤지컬 티켓에 투자하기가 부담스럽다면 약간의 노동력을 요하는 데이 시트 구매로 저처럼 저렴하게 티켓을 구매해보세요.
두둥실~ 싼값에 티켓을 득템했다는 들뜬 기분을 안고 포토벨로 마켓, 버로우 마켓, 피카딜리 구경을 마치고 저녁 공연 시간에 맞춰 빅토리아 팰리스 시어터로 향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처럼 발걸음도 경쾌합니다!
극장에 들어서자 프로그램북부터 열쇠고리, OST, 엽서 등 뮤지컬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저도 역사적인 방문을 기념하며 작품과 출연진 소개, 비하인드 컷이 담긴 프로그램북을 구매했습니다. 공연 관람을 위해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관객들을 보니 새삼 <빌리 엘리어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무대의 막이 올랐습니다. 주인공들의 이마에서 흐르는 땀과 생생한 표정, 쉴 틈 없이 던지는 대사 덕분에 쏟아지던 침 세례(!). 배우들의 모습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이 현실이 아닌 건 같다는 망상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 라이브>
저도 어린 시절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보고, 탄광촌 출신 소년이 편견에 맞서 꿈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 리 홀은 로열 발레단의 댄서 필립 말스덴의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썼다고 해요. 최근에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트래쉬> 감독으로도 유명한 스티븐 달드리는 그의 천재성을 바탕으로 2000년 <빌리 엘리어트>라는 감동적인 영화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 라이브>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씀드리자면 감성 뮤지션 엘튼 존이 바로 이 <빌리 엘리어트> 영화를 보고서 스티븐 달드리 감독에게 뮤지컬 제작을 권했다고 하는데요. 실제 뮤지컬 제작 단계에서 엘튼 존이 음악을 담당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되었답니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 라이브>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인터미션 포함 총 180분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습니다. 최고 안무가 피터 달링이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제작에 직접 참여했는데요. 탭 댄스와 발레를 넘나드는 배우들의 강렬한 몸짓, 그 몸짓에서 뿜어 나오는 열정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했어요. 아직도 당시 느꼈던 짜릿한 전율과 쾌감을 잊을 수 없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우연히 STAGE DOOR 쪽 출구로 나가게 되었는데요. 빌리의 아버지 재키 엘리어트 역을 맡은 데카 웜슬리와 빌리의 발레 선생님 역을 연기한 루시에 헨쉘과 마주치게 되었어요! 덕분에 인증샷과 함께 프로그램북에 사인까지 받는 잊지 못할 추억도 만들었습니다. :)
특히 무대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열연을 펼쳤던 빌리 아버지가 뒷문으로 자전거 타고 퇴근하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동네 아저씨 느낌이 나더라고요~ 혼자 피식 웃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빌리 엘리어트>의 여운이 가시질 않아 다음 날 저녁에도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 1편을 더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즉흥적인 선택이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정말 잘 한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리하여 두 번째로 보게 된 작품은 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히는 <미스 사이공>!
오늘은 데이 시트 혜택이 아닌 레스터 스퀘어에 위치한 'TKTS'를 통해 20%에서 최대 50% 이상의 할인가로 티켓 구매를 시도해봤습니다!
런던 이틀 차 여행에서도 뮤지컬 티켓 사수를 위해 초스피드로 짐을 싸고 숙소를 나섰습니다. 출근하는 런더너들 사이에서 잠이 덜 깬 눈으로 TKTS가 위치한 레스터 스퀘어로 찾아갔는데요. 17~18세기에는 귀족들의 저택이 위치한 우아한 거리였던 이곳. 지금은 각종 멀티플렉스, 영화관, 뮤지컬 전용관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변화된 그 모습이 마치 "This is London!" 을 외치는 듯하군요!
런던 대표 명소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었는데요. 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다들 뮤지컬 티켓을 얻기 위해 저리 동분서주하며 TKTS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모두가 아무렇지 않은데 괜히 저 혼자 느끼는 압박감! 다들 어떤 느낌인지 아시죠?^^)
레스터 스퀘어 광장 바닥에는 유명 배우들의 핸드프린팅이 있습니다. 주의 깊게 살펴보다 보면 좋아하는 배우의 핸드프린팅도 찾을 수 있어 영화 마니아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곳 광장을 찾은 1차 목표는 티켓 구매! 딴짓하지 않고 TKTS로 바로 이동했습니다.
'아! 이곳이 말로만 듣던 TKTS구나!'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TKTS가 틀림없습니다. 다들 어떻게 알고 이리 잘 찾아오는지…. 모두들 경쟁자로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TKTS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까지(단 일요일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4시 30분) 운영을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픈 시간대에 가야 더 좋은 좌석을 얻을 수 있겠죠? 제가 간 날은 평일 9시 30분 경이었는데 벌써 20명 정도 대기자가 앞에 있더라고요.
△ TKTS 웹페이지 (http://www.tkts.co.uk/)
공식 웹사이트 혹은 TKTS 부스 모니터를 통해 당일, 익일, 그 다음날까지의 티켓 가격 정보를 한눈에 체크할 수 있습니다. 극장 판매가와 비교해보면 이곳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쉽게 말해 공연 날짜에 남아 있는 좌석을 특가 할인해 판매하는 것입니다.
같은 작품에도 가격 차등이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VIP석, R석, S석 등과 같이 이곳도 'stall, royal circle, grand circle' 등으로 층 구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판매원이 좌석을 배정해주는데, 남은 좌석 중 가장 최선의 자리로 지정해 주니 이점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제가 TKTS에서 구매한 티켓을 한 번 살펴볼까요?
1인 9.50파운드(한화 약 16,100원) 할인이라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아무 정보가 없었다면 저도 현장에서 제값을 주고 티켓을 구매했겠죠? 다만 전날 데이 시트로 구매했던 <빌리 엘리어트> 티켓 가격이 정말 대박이었음을 다시 한번 느꼈는데요.
TKTS에서는 <빌리 엘리어트> 공연 최대 할인가가 39~47파운드인 반면 제가 전날 데이 시트로 구매한 티켓은 19.50파운드였으니! 고생한 보람에 다시 한번 흐뭇한 미소를 띠게 됩니다!
티켓까지 무사히 구매를 했겠다, 이제 남은 시간에 또 주변을 신나게 돌아다닐 채비를 마쳤습니다. 레스터 스퀘어 근처에는 13세기 중엽부터 1900년까지 약 2천 3백 점의 유럽 회화 컬렉션을 소장한 '런던 내셔널 갤러리'가 있다는 사실! 게다가 무료입장이라니 여행객들의 주머니 부담을 덜어주는 착한 미술관에 1순위로 방문했습니다.(사실 영국의 대부분 갤러리, 뮤지엄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런던 중심가에 위치한 원형 광장 '피카딜리 서커스'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였는데요~ 중심지인 만큼 많은 상점, 극장 및 오락시설이 자리해 오감을 자극하는 볼 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들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이곳은 주요 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이기 때문에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제가 방문했을 때도 예외는 없었겠죠? ㅎㅎ 지난 편에 소개해드린 <킹스맨> 촬영지도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찾아간 곳이니 놓친 분들은 지난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히는 <미스 사이공>! TKTS 직원도 단연 1순위로 추천했던 작품이었는데요.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에도 <미스 사이공>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미션을 제외하고도 무려 2시간 40분간 극이 진행되기 때문에 집중력이 필요하다 싶었어요. 하루 종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느라 무척 배가 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허기를 먼저 해결하고, 졸음 방지를 위해 커피를 섭취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졸음 방지용 카페인은 기우였어요.^^
공연 시작 일찌감치 극장에 입장해 바에서 와인 혹은 맥주를 음미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소 타이트한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여유가 없던 저로서는 이번 공연 관람 자체가 휴식이자 즐거움이었죠.
여느 극장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미스 사이공> 작품과 연관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프로그램북(4파운드), 기념품 브로슈어(6파운드), 미스 사이공 라이브 CD(17파운드), 커피 머그(6파운드)뿐만 아니라 사진으로 보이는 트렌디한 에코백까지 판매 중이었어요! 저도 다채로운 공연 사진과 배우들의 인터뷰 내용이 담긴 기념품 브로슈어를 구매했습니다.
제가 관람한 날짜엔 남녀 주인공으로 킴 역에는 'TANYA MANALANG' 크리스 역에 'CHRIS PELUSO'가 열연을 펼쳤는데요. <미스 사이공>은 1989년 9월 런던 로열 드루리레인 극장에서 역사적인 초연 무대를 연 후 10년간 4,063회의 공연 기록을 세웠습니다.
특히,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운 점은 배우 이소정 씨가 1994년에 제9대 미스 사이공으로 뽑혀서 3년간 미국에서 공연한 바 있고, 배우 홍광호 씨 역시 지난해 투이 역으로 출연한 바 있는데요.
당시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는 "지금까지 누구도 이만큼 투이 역을 소화해낸 배우가 없었다. 홍광호를 한국으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라며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비록 올해는 배우 홍광호 씨를 웨스트엔드에서 만나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지만, 해외 유수의 어워드에서 연이은 수상 소식을 전해주는 그의 행보도 기대가 됩니다!
△ 이미지 출처 - <Miss Saigon> 공식 홈페이지
뮤지컬의 첫 장면은 포주인 엔지니어가 벌이는 미스 사이공 선발대회로 시작합니다. 다소 파격적인 의상과 선정적인 묘사가 자주 등장해 사실 가족과 함께 볼 작품으로는 추천해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미스 사이공>은 사실상 가해자인 미군을 구원자로, 그리고 사이공 전경을 사창가로 묘사해 다분히 서양인의 왜곡된 시각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개막 당시 반전단체로부터 미국의 베트남전쟁 참가를 미화했다는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세계 4대 뮤지컬 반열에 오른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배우들의 감정선을 잘 표현한 아름다운 음악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저 역시 킴과 크리스의 듀엣곡 <Sun and Moon>, 엘렌과 킴이 각자의 심정을 애절하게 표현한 <I Still Believe>등을 다시 찾아 들으면 당시 현장에서 느꼈던 감동이 되살아나는 것 같거든요. 작품을 감상하면서 연출가, 작가, 작곡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Miss Saigon> 공식 홈페이지
미스 사이공>의 명장면이라면 단연 헬기가 이륙하는 사이공 탈출 장면을 꼽을 수 있는데요. 실물 크기의 거대한 헬리콥터가 무대 앞으로 불시에 등장할 때 관객들은 절로 함성을 지르게 됩니다. 2004년부터 시작된 해외 투어 공연에서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헬리콥터 대신 3D 영상으로 이를 대체해 관객들의 반응도 반감되었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초연이 열린 웨스트엔드에서 직접 두 눈으로 확인을 할 수 있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이렇게 이틀간의 뮤지컬 투어를 마치고, <미스 사이공> 전용관인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 부근 펍을 찾았습니다.(이곳,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이 위치한 곳에는 스탠딩 펍, 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요!) 어떤 배우의 연기력이 몰입도를 높였다든지, 기대 이상의 스토리라인으로 만족도가 높았다든지, 함께 한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띤 토론을 펼친 기억이 나네요. :)
아쉽게도 뮤지컬 투어를 마친 이날이 런던 여행의 마지막 밤이었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먼 훗날 브로드웨이 뮤지컬 투어를 꿈꾸며 런던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전했습니다.
"Good-bye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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