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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한국 종합

순교자현양위, 브뤼기에르 주교 발자취 따라 중국 순례

참 빛 사랑 2025. 6. 29. 15:08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가 조선 땅을 눈앞에 두고 1835년 10월 20일 선종한 중국 내몽골 마가자 교우촌에 세워진 무덤과 묘비. 주교의 유해는 조선대목구 설정 100주년인 1931년 마가자에서 서울로 옮겨져 용산 성직자 묘지에 이장됐다. 순교자현양위원회 제공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 구요비 주교)는 10~15일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 발자취를 따라 중국에서 장장 2000㎞를 순례했다. 현양위 부위원장 원종현 신부를 단장으로 한 순례단은 주교회의 순교자현양과 성지순례사목위원회 사제단과 서울 용산본당 공동체 등 40여 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순례 중 한국 교회의 신앙적 뿌리를 되새기며 ‘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주교의 시복시성을 위해 기도와 묵상을 했다.

 

1831년 초대 조선대목구장으로 임명된 브뤼기에르 주교는 사제없이 신앙을 지키는 양 떼를 만나고자 이듬해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출발해 한반도로 향했다. 이어 마카오에서부터 길을 개척해나가며 중국을 종단한 그는 1835년 10월 20일 조선 땅을 눈 앞에 두고 내몽골 마가자 교우촌에서 선종했다.

 

순례단은 중국 북경 북당(1784년 이승훈 베드로가 한국인 최초로 세례받은 성당)에서 여정을 시작해 하북성으로 이동, 브뤼기에르 주교가 지나갔던 만리장성과 서만자를 찾았다. 유서 깊은 교우촌이 있는 서만자는 브뤼기에르 주교가 1년간 머물며 조선 입국을 준비하던 곳이다. 현재는 철거 위기에 놓인 옛 사범학교(브뤼기에르 주교가 지내던 당시 서만자성당 건물)와 교우들이 숨어 살던 토굴이 남아있다. 순례단은 산 정상 성직자 묘역에도 올라 선교사들의 희생과 노고를 기렸다.

 

순례단은 이어 장맛비를 뚫고 8시간 동안 산길을 달려 마가자에 도착했다. 사제 11명이 먼지 쌓인 옛 성당에서 집전한 시복시성 기원 미사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

 

순례단은 이어 1931년 조선대목구 설정 100주년을 맞아 브뤼기에르 주교 유해가 서울로 이동한 경로를 따라 요녕성 심양과 변문·단동을 방문했다. 당시 마가자에서 심양역으로 옮겨진 유해는 단동역을 지나 압록강을 건너고 신의주역을 거쳐 경성역(서울역)에 도착했다. 순례단은 단동에서 압록강철교와 강 건너 북한 신의주를 바라보며 조선 입국을 간절히 소망했던 브뤼기에르 주교의 마음을 되새겼다.

 

압록강 유람선에서 거행한 ‘선상 미사’는 순례의 절정이었다. 순례단은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시성과 분단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염원하는 기도를 바쳤다.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1931년 브뤼기에르 주교 유해가 조선으로 이송되기 전 머문 심양대교구 주교좌성당에서 현지 신자들과 주일 미사를 봉헌했다.

 

원종현 신부는 “이번 순례는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신앙 안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묻는 여정이었다”며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시성 기도와 함께 이 땅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순례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