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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노년학 이야기, 노화의 비밀(한정란 베로니카, 한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 빛 사랑 2025. 5. 16. 14:17
 


박사과정에서 21세기 메가트렌드(megatrend)인 ‘인구 고령화’에 영감을 받아 연구주제를 ‘노년교육’으로 정한 지도 벌써 35년이 되었다. 당시 20대 후반의 젊은 내게 ‘노년’은 흥미롭지만 아주 먼 이야기였기에, 노년을 경험으로 수용하거나 마음으로 공감하기보다는 그저 책 속의 활자화된 지식으로만 습득했던 것 같다. 다행히 남들보다 앞서 ‘노년교육’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눈을 돌린 덕에 ‘노년교육의 선구자’라는 과분한 타이틀을 얻기도 했지만, 실은 우연이 가져온 과장된 평가였다.

나에게 ‘노년’은 20대부터 30대까지는 책 속의 지식에 불과했으며, 40대부터 50대까지는 나 자신보다는 내 부모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어느덧 시간이 흘러 올해 환갑을 맞은 내게 비로소 ‘노년’은 내 자신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노년학을 연구하면서도 너무 막연하고 멀게 느껴져 내게는 올 것 같지 않았던 노년의 시간이 기어이 오고야 말았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늙어가기로, 노인이 되기로, 그리고 언젠가는 죽음에 이르기로 정해져 있다.

하느님은 우리를 자신의 모습을 닮은 지혜를 가진 귀한 존재로 창조하셨다. 그러나 인간은 스스로의 원죄로 인해 늙고 병들고 죽는 운명을 갖게 되었으며, 고 이어령 선생의 말대로 “지혜를 가진 죽는 자”가 되었다. 하느님 모습을 닮아 지혜를 가졌지만, 하느님의 명령을 어긴 대가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다.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과정에는 노화가 자리한다. 물론 죽음에 정해진 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나 질병으로 요절하지 않는 한 대부분 사람은 노화과정을 통해 죽음에 이른다. 따라서 지혜를 가진 자로서 지혜롭게 나이 들고 지혜롭게 죽어가기 위해서는 나이 듦과 죽음에 이르는 지혜, 즉 ‘노년학’을 공부해야 한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느님께서는 노화 과정 속에 재미있는 몇 가지 비밀들을 숨겨 놓으셨다. 첫 번째 비밀은 노화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보편적 과정이라는 점이다. 부유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배운 사람이나 무지한 사람이나, 여자나 남자나, 모두가 공평하게 늙어가게 되어있다.

두 번째 비밀은 노화는 균형적인 변화라는 것이다. 외모만 늙거나 몸의 기능만 늙는 것이 아니라 생각·역할·행동·기능·성격, 심지어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균형을 이루며 늙어간다. 세 번째로 노화는 끝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진행형 변화다.

일반적으로 노화는 20대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노화의 완성이나 끝은 정해져 있지 않다. 노화의 끝은 결국 죽음이기 때문에, 각자 죽음에 이를 때까지 계속 노화하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노화가 아주 천천히 점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갑자기 큰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노화로 인해 크게 불편해지거나 적응이 어려워지지는 않는다.

노화의 마지막 비밀은 다양성이다. 인간은 누구나 공평하게 늙어가지만, 실제 각 개인이 경험하는 노화의 속도나 결과는 모두 다르다. 그 결과 나이에 비해 유난히 젊어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훨씬 늙어 보이는 사람도 있다. ‘저속노화’를 선택할 것인가, ‘가속노화’를 선택할 것인가는 우리들의 습관과 노력에 달려 있다.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독자들과 만나는 이 자리를 통해 하느님 보시기에 가장 아름답고 지혜롭게 늙어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한정란 베로니카(한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