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제품을 받고 집에 가서 어머니를 뵈면, 어머니는 종종 제게 이렇게 물으셨어요. “아드님, 미사 드렸어요?” 이 말을 들을 때면 왠지 모르게 좀 짜증이 났어요. 그래서 이렇게 대꾸했죠. “어머니, 제가 이래봬도 사제잖아요.”
어느 날 집에 갔는데, 어머니께서 “아드님, 미사 잘 드렸어요?”하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미사 드렸어요?’ 랑 ‘미사 잘 드렸어요?’는 한 글자 차이인데, 그 느낌이 확 다르더라고요. 평소 같으면 좀 짜증 났을 텐데, 그날은 저 자신에게 물어봤어요. “미사 잘 드렸나?”
어머니의 질문은 계속 제 마음속에 맴돌면서 이런 질문을 던지게 했어요. “미사를 정성껏 드렸나?” “미사에 오시는 환자분들을 사랑으로 잘 대해드렸나?”
어릴 때 매일 미사에 참여했고, 일주일에 10번은 미사를 드렸던 저였지만, 어머니의 그 한마디 말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온 가족이 모여 묵주기도도 하고, 매주 철야기도에도 갔던 저였지만, 어머니 물음에 자신 있게 “어머니, 미사 잘 드렸어요!”라고 답할 수가 없었어요.
어머니께서 미사를 어떻게 봉헌하는지 제가 잘 알고 있었거든요. 어머니가 어릴 적 제 성적에 대해서보다 더 자주 하신 질문은 이거였죠. “아들, 미사 잘 드렸어?” “복사 잘 섰어?” 그러면 저는 어린 마음에 “당연하죠!”라고 대답했었죠.
집에 가면 어머니는 자주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아들, 기도가 밀렸어!” 그럼 제가 이렇게 응수합니다. “어머니, 어떻게 하루종일 기도하는데, 기도가 밀려요?” 몰라서 하는 질문은 아니지요. 저는 전체 지향을 두고 한 번에 기도하지만, 어머니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지향을 두고 기도하셨어요.
삶의 우선 순위를 하느님께 두신 어머니 앞에서 사제로서 작아지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병원에서 환자들과 미사를 잘 드리고 있을까?” “환자들을 위해 드리는 기도가 밀려있지는 않나?”
이용수 신부(수원교구 병원사목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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