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구매, 아이들이 보고 있다.”, “성 구매, 부끄럽지 않습니까.”
경기 파주시 연풍1리 마을 끝자락에 있는 성매매 집결지의 주 출입구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3년 파주시가 용주골의 성매매 업소 폐쇄를 위해 칼을 뽑아든 지 2년여. 현재 70여 개 성매매 업소 중 30여 개 업소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용주골과 마을 사이에 갈곡천이 흐르고, 용주골 주 출입구 쪽에는 왕복 4차선 도로가 지나간다. 갈곡천과 연풍로 사이에 지리적으로 폐쇄된 약 3만㎡(1만여 평)의 섬 같은 곳. 70년 동안 자리해온 국내 최대 규모의 성매매 집결지가 이곳에 있다. 파주시가 2023년부터 최근까지 성매매 집결지 강제 폐쇄를 위해 여러 차례 강제 철거에 나선 이후 인적이 원체 드물었던 이곳은 적막하고 흉흉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밤마다 화려한 불빛을 밝히며 성매매의 온상이었던 이곳에 이젠 문 닫힌 작은 편의점만 있을 뿐, 그 흔한 식당 하나 없다.

‘임대문의’가 적힌 성매매 업소 내부 유리창 파편이 나뒹굴고, 건물이 통째로 철거됐거나 뼈대만 드러낸 곳도 있었다. 몸만 빠져나간 듯 헤어 드라이기와 화장품, 인형을 비롯한 소품 등이 업소 내부에 고스란히 혹은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골목 사이에는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바로 옆에는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하자’라고 써 붙여놓고 여전히 업소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여성도 보였다. 대부분 업소는 문을 닫았지만 10여 곳이 여성 없이 불만 켜져 있었다. 대낮이었지만 높은 굽을 신고 의자에 앉아 오가는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드는 여성들도 있었다. 손에 꼽을 정도의 업주들이 나와 집기류와 가구, 물건들을 정리했다.
파주시는 2022년 김경일(토마스) 시장 취임 후 용주골 폐쇄를 위한 강력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는 2023년 1월 성매매 집결지 정비 합동팀(TF)을 구성하고, 파주경찰서·파주소방서와 협약을 맺었다. 건축물 일체조사와 소방점검을 하고, 용주골 완전 폐쇄를 목표로 불법 건축물부터 철거하는 행정 대집행을 벌이고 있다. 파주시는 일회성 조치가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통해 올 연말까지 성매매 집결지 폐쇄 목표를 달성할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김 시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은 엄연히 피해자가 있는 불법의 현장”이라며 “사회 독버섯 같은 여성 인권 유린의 현장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불법 성매매를 통한 여성 인권 유린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한다. 그릇된 욕망과 자본의 굴레 사이에서 여성들이 삶과 존재 가치를 상실하는 곳이 성매매 현장이다. 본지는 사회 가장 어두운 여성 인권의 사각지대이자 여성 존엄을 파괴해온 성매매 현실의 심층 취재를 위해 드러내지 않고 작은 등불처럼 그들 곁을 조용히 돕는 교회와 동행했다.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 집 전 소장 홍성실(루치아,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수녀는 “우리 모두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갇힌 공간에서 사회 구조적으로 희생당하고 있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면서 “자발이든 비자발이든 성매매라는 굴레 속에 사는 많은 여성의 괴로운 외침을 하느님 안에서 들을 수 있다면 결코 그들을 향해 비난을 퍼붓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려는 파주시의 행보는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이지혜·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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