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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2024 세계교회 결산] 지구촌 평화·생명의 길 닦고 시노드 마무리하며 희년 준비

참 빛 사랑 2024. 12. 26. 14:31
2024년은 여전한 지구촌 전쟁의 고통 속에 교회가 희망과 평화의 가교가 되고자 힘쓴 한 해였다. 한 해 동안 보편 교회와 세계 지역 교회는 끊이지 않는 전쟁과 기아, 극단주의 확산 속에서 평화와 생명의 길을 선포하고자 노력했다. 올해는 지난 3년간 진행돼 온 세계주교시노드를 마무리한 해였다. 이를 통해 교회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선교하는 교회를 만들기 위한 새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끊임없이 지구촌 곳곳을 찾으며 평화를 향한 순례 여정을 이어갔다. 2024년 세계 교회를 돌아봤다.





전쟁·극단주의 확산…끊임없는 평화를 향한 외침

평화를 바라는 모두의 소망이 무색하게 전 세계를 덮친 전쟁과 극단주의 확산은 올해도 멈추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3년째 이어진 소모전을 결국 마무리짓지 못했다.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시작된 전쟁은 레바논까지 확산하며 수많은 이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리아에서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몰락하며 13년간의 내전이 종지부를 찍었지만, 종족·종파 간 갈등의 불씨가 살아있다. 지난 11월 열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며 전 세계 평화가 다시금 시험대에 올랐다.

불안한 와중에도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교회 외침은 멈추지 않았다. 교황은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인공지능(AI) 출현이 내재하고 있는 잠재적 위험성에 주목하는 담화를 내고 “진보한 기술은 평화를 위해 쓰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교황은 10월 24일 새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를 반포해 개인주의·소비주의에 경도된 세계에 사랑의 중요성을 다시금 전했다.

평화 회복을 위한 실체적 노력도 함께 진행됐다. 카리타스 인터내셔널·교황청 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 등 교회 기구들은 대륙을 가리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두른 보단 헬레타(왼쪽)·이반 레비츠키(오른쪽) 신부가 6월 29일 우크라이나 키예프 공항에 도착한 직후 주우크라이나 교황대사 비스발다스 쿨보카스 (맨 오른쪽) 대주교 등 교회 관계자로부터 귀국을 축하받고 있다.OSV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8일 파푸아뉴기니 바로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통 의상을 입은 어린이로부터 선물을 받고 있다. OSV




멈추지 않는 평화를 향한 여정

내년이면 88세가 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구촌 평화를 향한 발걸음은 올해에도 계속됐다. 9월 2일부터 12일 일정으로 진행된 인도네시아·파푸아뉴기니·동티모르·싱가포르 사목 방문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종교적 신념 속에 살면서 신앙을 이유로 차별·박해를 겪는 이들에게 교황이 큰 위로를 전하는 시간이 됐다. 교황은 이 순방 직후인 9월 26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벨기에·룩셈부르크를 사목 방문하는 ‘강행군’에 나서기도 했다. 평화의 복음을 전하기 위한 사도좌의 열정을 전 세계에 계속해서 보인 행보였다. 교황은 사목 방문 때마다 평화와 화해,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며 자국 이기주의와 극단주의, 전쟁 확산에 맞서 통합과 평화 회복을 호소했다.


 
2025년 희년 마스코트 ‘루체’. OSV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9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성년 문 앞에서 열린 희년 선포식에서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실망하지 않는다」를 발표하고 있다. OSV


희년 준비 서두르며 ‘기도의 해' 보낸 교회

연초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를 ‘기도의 해’로 선포하고 2025년 희년을 앞두고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지는 해로 꾸밀 것을 요청했다. 교황청은 이러한 교황의 의지를 이어받아 「저희에게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기도 소책자들」 시리즈 등 다양한 책자를 발간해 신자들이 기도 속에서 기쁨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왔다.

5월 9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성년 문 앞에서 희년 공식 선포식이 거행됐다. 교황은 이날 칙서 「희망은 실망하지 않는다」를 통해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의 희망의 표징이 돼달라”고 권고했다.

교황청은 올 한해를 희년 준비의 해로 보냈다. 로마를 중심으로 각지 순례지를 정비하고, 성 베드로 대성전을 웹캠 생중계, 3차원 그래픽을 통해 비대면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직접 순례할 수 없는 이들도 온라인으로 로마를 순례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교황청은 10월 더 많은 이가 희년의 기쁨을 누리도록 초대하겠다는 소망을 담아 희년 마스코트 ‘루체’를 공개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노드 대의원들이 10월 26일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 마지막 모임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OSV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7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 폐막 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 OSV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마무리⋯ 새 출발에선 ‘시노드 여정’

2021년부터 3년간 이어온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여정이 10월 2~27일 바티칸에서 열린 정기총회 제2회기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정기총회에 참석한 시노드 대의원들은 성령의 인도를 따르는 대화에 충실히 임하며 가톨릭교회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선교하는 교회로 나아가는 길을 식별하고자 노력했다. 전 세계 지역 교회가 함께한 이번 시노드의 결과물인 「최종 문서」는 대의원들의 손을 거쳐 나오자마자 교황이 이례적으로 곧장 승인했고, 전 세계 보편 교회 구성원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빠르게 공개했다.

시노드 「최종 문서」는 일반적으로 교황에게만 전달되는 것이 관례다. 그렇기에 이를 공개한 것은 교황이 보편·지역 교회 전체가 참여한 식별 과정을 존중하며 ‘시노드 정신’ 실천의 모범을 보인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교황은 「최종 문서」가 ‘교도권 문서’임을 강조하며 이를 따라 각 지역 교회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만드는 여정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지역 교회들은 교황의 뜻을 이어받아 시노드 정신 구현을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25일 로마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회 세계 어린이의 날 행사에서 어린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OSV

제1회 세계 어린이의 날 개최

프란치스코 교황은 5월 25~26일 로마에서 제1차 세계 어린이의 날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전 세계 어린이의 요청에 대한 교황의 응답이었다. 세계 어린이의 날이 열린 이틀 동안 로마에는 전 세계에서 찾아온 어린이 5만여 명의 웃음과 기도가 끊이지 않았다. 어린이들은 교황청이 마련한 문화·체육행사를 함께 즐기고, 전쟁으로 고통받는 친구들의 아픔을 생각하며 평화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교황은 어린이들이 ‘기도를 통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기수’가 되길 격려하며 “평화를 향한 우리의 대화가 더 많은 어린이와 젊은이들에게까지 확대되길” 기도했다.


더욱 다양해진 교회의 얼굴

개혁과 쇄신을 향한 교회의 힘찬 발걸음은 2024년에도 이어졌다. 교황은 올해에도 새 추기경 21명을 임명하며 ‘다양성 속에서 꽃피운 교회의 보편성’을 다시금 표현했다. 신임 추기경단 출신 지역은 17곳에 달했다. 특히 ‘신앙의 주변부’로 불리던 아시아 대륙 출신만 4명에 달했다. 대표적 이슬람 국가로 꼽히는 이란에서도 추기경이 탄생했다. 교황은 아프리카·남북미·아시아·오세아니아 등 여러 대륙에서 탄생된 새 추기경단에게 “형제애의 증인이자 친교의 장인, 일치의 건설자가 돼달라”고 당부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