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교 주일로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해서 기도하고 교회의 선교사명을 다시 일깨우는 날입니다. 세상 끝까지 가서 모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 복음의 가르침에 어긋난 세상의 질서와 가치를 복음의 힘으로 정화하고 복음의 가치를 확장시켜 가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교회 스스로 복음을 통해 내적으로 변화되고 성숙되어 가는 것이 복음화의 내용이고 이를 실천하는 것은 교회의 본질적인 활동입니다. 만일 이러한 복음화의 사명을 소홀히 한다면 교회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활기를 잃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미사가 끝날 때마다 주례 사제가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는 파견의 말씀에 대해서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응답합니다. 이는 미사에서 받은 하느님 은총에 대한 감사와 함께 예수님께서 우리를 파견하시어 세상에 복음을 전할 사명을 주셨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일상을 살아가는 복음의 증거자이고 선교사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야 하는 복음의 내용은 두 번째 독서의 내용처럼 예수님께서 주님이시고 그분을 믿고 고백하면 구원을 얻는다는 것입니다.(로마 10,9-10 참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은 죄와 죽음에서 해방되었고 하느님과의 온전한 일치를 이루는 구원이 실현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전하고 그분 말씀에 대한 증인으로 살아야 할 임무가 신앙인들에게 주어졌다면 다음 질문은 선포되어야 할 기쁜 소식, 즉 예수 그리스도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와 믿지 않는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최상의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답은 여러 차원에서 주어질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가장 근원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우리 자신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으로 기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야말로 다른 이들에게 가장 분명하게 복음을 전하는 ‘살아있는 전달 수단’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지 않는 이들이 신앙인 삶의 모습을 보며 복음정신을 느끼게 될 때, 그들은 그 신앙인을 통해서 예수님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모습이 예수님을 닮으면 닮는 만큼 우리의 말과 행동을 통해 예수님께서 드러나는 것이고, 우리가 예수님 안에서 성장하며 그분과 일치를 이루는 그만큼 그분을 증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복음을 전하는 힘이 예수님과의 일치에서 나오는 것이니 이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 없는 선교는 너무나 쉽게 그 힘을 잃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마태오 복음의 마지막 장면인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 사도들을 통해 세례를 베풀고 복음을 전하는 사명이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오늘의 우리 모두에게도 주어졌습니다. 부족한 우리의 모습만을 바라본다면 그러한 사명을 감당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이와 같은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그분께 기도하며 도움을 청하도록 합시다.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사명과 함께 그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힘과 지혜와 용기도 마련해 주십니다.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부족한 우리의 입과 손과 발에도 힘을 불어넣어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부족함을 통해서도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복음이 세상에 전달되도록 언제나 일하고 계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합시다.
유승록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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