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가톨릭이주민보호소, 불법이민 조장했다며 폐쇄 위기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에 있는 가톨릭비영리이주민보호소 ‘주님탄생예고의 집'으로 향하는 이주민들. osv

미국에서 이민자들을 보호해온 가톨릭 기관이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 텍사스주 켄 팩스턴 법무장관은 가톨릭비영리이주민보호소 ‘주님탄생예고의 집(Annunciation House)’이 미등록 외국인들의 멕시코 국경 불법 통과를 조장했다며 폐쇄를 시사했다. 주님탄생예고의 집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양측 변호사들은 17일 엘파소 지방법원에서 논쟁을 벌였다. 주님탄생예고의 집을 대변하는 제롬 웨세비치 변호사는 “팩스턴 법무장관의 행위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며, 이는 텍사스주의 종교자유복원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텍사스 법무장관 측 롭 파콰르손 변호사는 “주님탄생예고의 집이 이주민을 숨기는 등 보호해 이들이 연방법에 반하여 입국하거나 체류하는 것을 금지하는 텍사스 형법 일부를 위반했다”고 했다. 롭 변호사는 “연방정부는 이미 미등록 외국인이 주님탄생예고의 집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며 “그럼에도 주님탄생예고의 집은 그들을 보호하겠다고 했고, 연방정부는 기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웨세비치 변호사는 “주님탄생예고의 집은 가톨릭 신앙과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실천하기 위해 미등록 외국인도 예외 없이 보호하고 있으며 이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며 “텍사스주의 비난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종교의 자유는 추운 밤에 혼자 있는 어린이에게 안전하고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며 “이웃을 사랑하라는 주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을 주님탄생예고의 집이 따르지 않는다면 텍사스에 더이상 종교의 자유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도 했다.

엘파소에 위치한 주님탄생예고의 집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 있다. 이곳에서는 이주민을 임시 보호하며 숙식과 옷을 제공하는 한편, 이주민들의 법률 대리인 역할도 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에 있는 가톨릭비영리이주민보호소 '주님탄생예고의 집'을 상대로 소송을 건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 osv

 

주님탄생예고의 집 루벤 가르시아 원장이 지난해 2023년 1월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 시내에서 열린 행진에 참여해 이주민들의 권리를 호소하고 있다. osv

팩스턴 법무장관은 불법이민을 조장할 수 있다며 지난 2월 7일 처음 주님탄생예고의 집을 문제 삼았다. 불법행위 여부를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문서를 제출토록 명령하기도 했다. 그러다 2주 뒤 “주님탄생예고의 집이 잠재적으로 부동산을 이용해 인간 밀수에 가담하며 미등록 외국인을 보호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담당 판사는 주님탄생예고의 집의 운영 허가를 취소하거나, 당장 문서 제출을 강요할 수 없다는 임시 판결을 내렸다.

팩스턴 법무장관 측은 “주님탄생예고의 집이 불법 이주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주님탄생예고의 집 측은 “팩스턴 법무장관의 행동은 ‘불법’, ‘부도덕’, ‘반신앙’적”이라며 “보호소를 폐쇄해도 이주민은 줄지 않을 것이며, 이는 혼란만 가중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