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이 미사 중 ‘아멘’ 하고 응답하고 있다. OSV
주일학교 미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교리를 마친 한 학생이 제게 오더니 묻습니다.
“선생님, 기도 끝에는 ‘아멘’을 꼭 붙여야 하는 거죠?”
“그렇지. 그런데 왜?”
“우리 선생님이 미사 중 ‘주님의 기도’ 끝에는 ‘아멘’을 하지 않는 거래요.” 학생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입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기도 끝에 ‘아멘’으로 응답하라고 배워 알고 있기에, 미사 중 ‘주님의 기도’ 끝에는 ‘아멘’을 왜 하지 않는지 선뜻 이해하긴 어렵습니다.
저도 미사에 참여하다 보면 ‘주님의 기도’ 끝에 ‘아멘’하고 응답하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아멘’의 본래 뜻부터, 미사 중 ‘주님의 기도’ 끝에는 왜 ‘아멘’으로 응답하지 않는지 알아봅시다.
‘아멘’이란 말은 옛날 유다교 회당에서 제사 의식 때 쓰던 말을 그대로 그리스도교에서 이어받은 표현입니다. 그래서 기도를 마칠 때 ‘아멘’으로 끝맺게 하였습니다.
‘아멘’은 히브리어 동사 ‘Aman’(의뢰가 된다. 동의한다)에서 나온 부사로, 오늘날 ‘참으로’, ‘진실로’란 의미를 지닙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아멘’은 우리말로 ‘좋습니다’(민수 5,22)라고 번역하고 있으며, 신약 시대에 와서는 ‘아멘’을 ‘나는 분명히 말한다’(마르 3,28)라고 번역했습니다. 코린토 1서 14장 16절에는 “기도 끝에 ‘아멘’으로 할 수 있겠습니까?”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멘’의 뜻은 우리가 앞에 기도한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그것이 이뤄지길 기원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진실로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정말로 그렇게 될 것을 믿습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멘’하고 응답하는 건 기도 내용에 능동적으로 동의함을 뜻합니다.
미사 중에 바치는 ‘아멘’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본 기도와 예물기도, 그리고 영성체 후 기도 끝에 교우들은 ‘아멘’이라고 응답합니다. 이 응답은 사제들이 바치는 기도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그 내용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감사기도 끝 부분 사제가 마침 영광송을 바친 후 교우들은 ‘아멘’하고 응답합니다. 이 응답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사제의 영광송과 감사기도 전체에 온전히 마음으로 응답하며 동의한다는 의미입니다.
▶성체를 모시기 전에 사제가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하면 교우들은 ‘아멘’으로 응답합니다. 이는 성체의 모습으로 현존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 신앙고백을 하는 것입니다.
‘아멘’은 한마디로 기도를 마감하는 응답이며, 주님의 뜻이 꼭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동의하는 신앙고백입니다. 우리가 미사 중에 바치는 ‘주님의 기도’ 끝에 바로 ‘아멘’을 붙이지 않는 이유는 아직 기도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성찬 전례 예식 중 영성체 예식의 시작으로, 사제는 교우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바치자고 권고합니다. 교우들이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나면, 사제는 혼자 부속기도를 바칩니다. 부속기도 후엔 모든 교우가 “주님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있나이다”하고 찬미의 기도로 끝맺습니다.
다시 말해 ‘주님의 기도’ 그 자체로 기도가 끝나지 않고, 사제의 기도와 이어지는 ‘영광송’이 ‘아멘’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기에 미사 중에 바치는 ‘주님의 기도’ 끝에는 ‘아멘’을 붙이지 않는 것입니다.
박모란 교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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