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주님 성탄 대축일 방영된 cpbc 가톨릭평화방송 특집다큐 ‘죽음에서 돌아오다, 메일린의 기적’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기적 경험을 알렸던 메일린 트랑양이 아버지 에마뉘엘 트랑씨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메일린은 3살이던 2009년 뇌사 판정을 받고 되살아날 가망이 없었지만, 주변의 전구 기도를 통해 깨어나는 기적을 경험한 주인공이다.
본사 다큐멘터리 주인공으로 출연한 인연으로 당시 이야기를 생생히 전하는 대담 방송 촬영차 최근 방한한 메일린은 어엿한 16세 소녀로 성장해 있었다. 12년 전 사경을 헤맸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말 타기를 가장 좋아하는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청소년으로 자라났다.
메일린에겐 어머니(한국인 출신 프랑스 입양아) 나탈리씨로 물려받은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 지난해 7월부터 인연을 이어온 재단법인 같이걷는길 박용만(실바노, 벨스트리트파트너스 회장) 이사장과의 만남은 네 번째다. 메일린과 박 이사장이 한국에서 다시 만나 할아버지와 손녀처럼 얘기를 나누는 돈독한 모습이 카메라에 다시 담겼다.

박용만 이사장, 다큐 제작 추진
박 이사장은 지난해 이탈리아 로마를 찾았을 당시 우연히 ‘메일린의 기적’ 사연을 전해 들었다. 일면식조차 없는 사이였음에도 박 이사장은 즉시 에마뉘엘씨를 통해 메일린의 기적을 직접 듣고 싶었다. 이후 박 이사장이 접한 이야기는 「메일린의 기적」 한국어판 출간과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이어지며 한국에 알려졌다.
박 이사장은 메일린을 처음 본 상황을 “성모님께서 어렸을 때 저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전되는 상황이 빨랐고 과정 속에서 인연과 우연들이 겹치는 신기한 일들이 이어졌다”고 기억했다. 에마뉘엘도 “박 이사장과의 만남은 운명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전역에서 기도
지금은 메일린이 ‘기적의 소녀’로 불리지만 에마뉘엘은 사고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소시지가 메일린 목에 걸려 숨을 안 쉬었습니다. 하임리히법을 하고 심폐소생술로 계속해 숨을 불어넣었습니다. 구급차가 40분 넘게 오지 않아 난리도 아니었죠. ‘제발 심장아 뛰어줘’란 마음뿐이었지만 병원에 가니 의사가 ‘심장마비가 두 차례나 왔다’고 하더라고요.”
메일린은 끝내 뇌사 판정을 받았다. 당시 의사는 에마뉘엘에게 두 차례나 안락사 의견을 물었다. 더 이상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에마뉘엘은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고 소회했다.
에마뉘엘은 가톨릭 신자가 아니었지만 기도의 힘으로 버티고자 했다. 그러던 중 한 여성 신자를 만나 가톨릭교회가 바치는 전구 기도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혼수상태에 빠진 메일린의 사례가 프랑스 전역에 전해졌다. 프랑스의 많은 신자가 메일린의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에마뉘엘은 “기도의 힘은 엄청났다. 여러 지역의 신자들이 함께 기도해줬다”면서 “당시 경험을 통해 기도가 단순히 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만 아니라 진정한 신앙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을 겪었지만, 메일린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기도를 통해 얻은 이 경험 안에서 나온다”며 “어려운 순간에도 기도를 하면 때로 기적 같은 순간이 찾아옴을 깊이 경험했다”고 거듭 밝혔다.
기도의 힘으로 찾아온 기적
기적이 찾아왔다. 메일린은 수개월 만에 손을 움직였고 의식을 찾았다. 살게 되더라도 혼자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 소견과 달리 스스로 일어나 걸었다. 신자들의 기도가 기적적인 힘을 발휘한 것이다. 이 사례는 2022년 교황청 시성부를 통해 기적으로 인정됐고, 전구의 대상이 됐던 교황청 전교기구 설립자 폴린 마리 자리코(1799~1862)가 시복됐다.
박 이사장은 “메일린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한국인에게 먼저 다가온 것은 메일린이 절반은 한국인의 피를 지녔기 때문일 것”이라며 “자리코 복녀도 한국 천주교 역사에 중요한 공헌을 하신 분으로, 파리외방선교회 신부님들을 한국에 보내기 위해 기금을 조성하는 등 공을 세우셨다”고 전했다.
전구 기도를 통해 메일린이 경험한 기적을 다룬 본 방송은 주님 부활 대축일인 오는 4월 20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메일린의 기적, 한국에 오다’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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