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2월 24일 2025년 희년을 맞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년 문을 개방하고 있다. OSV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고향 나자렛의 회당에서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61,1-2)이 적힌 두루마리를 펴시고, 이 말씀이 당신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하시며 ‘영적 희년’을 선포하십니다.
‘희년’은 레위기(25,8-10) 규정대로 안식년(7년)이 일곱 번 지난 50년째 되는 해입니다. 희년은 기쁨과 자유와 해방의 해입니다. 희년이 되면 자신들이 속한 지파의 땅으로 돌아가야 했고, 농사짓던 땅은 조상 때부터 상속되어 오던 본래 주인에게 돌아가게 했습니다. 빚이 있으면 서로 탕감해줬고, 유다인 노예들은 모두 해방시켰습니다. 부자들은 다시 평범해졌고, 가난한 이들은 땅과 가족을 되찾아 새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부의 세습과 가난의 대물림을 막고, 평등한 세상을 주님의 이름으로 경험하게 한 것이 ‘희년’입니다. 실로 엄청난 은총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누구이시며(신원)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오셨는지(사명)를 알려주시며, 기쁨과 자유와 해방을 주시기 위한 영적 희년을 선포하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25년 올해를 정기 희년(2024년 12월 24일~2026년 1월 6일)으로 선포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정기 희년을 반포하는 칙서를 통해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희망의 순례자’가 되라고 요청하시며, 하느님 자비의 무한함을 발견하는 방법으로 우리가 희년 대사를 얻고 영적으로 풍성해지기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하셨습니다. 이 뜻깊은 은총의 해를 잘 지내야 하겠습니다.
교우들과의 신앙상담 중에 “신부님, 기도가 안 됩니다” “신부님, 믿음이 생기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을 자주 듣습니다. 그러면 저는 다시 질문합니다. “형제님, 기도를 얼마나 하십니까?” “자매님, 믿음이 깊어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십니까?” 대부분 쉽고 편안하면서도 후한 신앙의 결과를 바라곤 합니다. 그러면 저는 아주 단순한 답변을 합니다. “더 많이 기도하십시오”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도록 더 노력하십시오.”
신앙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해결될 문제입니다. 그런데 교우들 중에는 신앙이 무슨 비법이나 편법을 통해 마술처럼 바뀌기를 바라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세상 일에서 잘되려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신앙생활은 그보다도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성생활에서는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영적 퇴보라고 말합니다. 신앙은 나아가지 않으면 뒷걸음인 것이지요. 그런데 유혹자는 곁에서 그만하면 되었다고, 이만큼만 하면 충분하다고 속삭입니다. 주님께서 더 좋은 것을 마련해 놓고 주시고자 하는데, 유혹과 분심은 주님께 나아가는 길을 방해하곤 합니다.
희년에는 하느님 자비와 은총이 더 풍부히 내려집니다. 희년에는 지나간 것은 묻지 않을 터이니, 새롭게 다시 출발하자고 하십니다. 그런데 여기엔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거룩한 삶을 살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과 용서, 자비와 평화를 실천하며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21)
주님의 말씀은 이미 우리 안에 이루어졌지만, 아직 모두에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닙니다. 은총의 해 희년에 교황님 권고에 따라 우리 모두 거룩하고 경건하게 살아갑시다. 그리고 희망의 순례자가 됩시다.
이계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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