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빈센트의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글라라 수녀가 필리핀에 있는 가족을 떠올리며 눈물 흘리는 자궁암 환자 줄리앤씨를 위로하고 있다.
자궁암 말기인 줄리앤(49)씨는 처음엔 ‘월경이 평소보다 퍽 오래간다’고 생각했다. 일주일이 넘어가자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걱정은 제쳐놓기로 했다. 하루에도 수백 번 필리핀 고향 집에 있는 가족을 떠올리면서도 공장일에 전념하다 보니 제 몸 챙길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날마다 몇 번씩 생리대를 갈며 버텼다. 그렇게 출혈이 이어진 지 한 달이 훌쩍 넘자 줄리앤씨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내 몸이 정상이 아니구나.’
증상을 전해 들은 필리핀인 동료가 황급히 그의 손을 잡고 안산빈센트의원으로 데려갔다.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가 이주민을 주 대상으로 운영하는 무료복지의원이다. 응급실에 갈 정도로 하혈이 심해 도착하자마자 거즈로 서둘러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에게 의사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자궁 쪽에 암이 생긴 것 같은데요. 대학병원에 가보셔야겠어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대학병원에 갔더니 “우리도 손 쓰기 어려우니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그렇게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을 찾은 줄리앤씨에게 ‘자궁암 말기’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날아왔다. 암세포가 이미 방광 등 주위 장기로 전이돼 수술마저 위험이 너무 크다고 했다. 우선 취할 방법은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뿐. 하지만 문제는 치료비.
줄리앤씨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등록 외국인인 까닭에 치료 비용이 못해도 6000만~7000만 원이 든다. 안산빈센트의원 도움과 성빈센트병원 의료비 감면을 받아도 3000만 원 이상 필요하다.
병명보다도 어마어마한 비용에 더 놀란 걸까. 하혈을 시작한 지 석달 만에 자신이 중증 암환자라는 사실을 안 줄리앤씨는 눈물도 나지 않는지 그저 멍한 표정이었다. 한참 뒤에야 아무도 없는 성당에서 엎드려 오열하며 주님께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자신보다 필리핀에 있는 나이 든 어머니와 자녀들 걱정이 더 밀려왔기 때문이다.
줄리앤씨는 7년 전 여행하러 한국을 찾았다가 그대로 눌러앉아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후 필리핀에 한 번도 가지 못한 채 온갖 공장을 전전하며 혼자 힘으로 삼남매를 키워냈다. 함께 왔던 남편이 금방 필리핀으로 돌아가 가족과 연락을 끊고 잠적해버렸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 앳된 중학생이었던 큰아들은 어느덧 건장한 대학생이 됐다. 초등학생인 막내아들은 엄마 얼굴이 이제 가물가물하단다. 줄리앤씨는 아픈 와중에도 “어서 암 치료를 받고 열심히 돈 벌어 자식들의 힘이 돼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울먹였다.
“암이 다 나으면 저도 안산빈센트의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그렇게라도 은혜를 갚아야 주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으니까요.”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후견인 : 이명신 수녀 / 안산빈센트의원 원장(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타향에서 고생만 해온 줄리앤씨가 자궁암으로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니 무척 안타깝습니다. 치료비가 없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줄리앤씨를 도와주시길 청하며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문을 두드립니다.”
성금계좌 (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줄리앤씨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26일부터 2월 1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5)에게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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