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는 지난해 앞으로 3년 동안 ‘교구 설정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가정 복음화’에 초점을 맞추어 사목을 펼치기로 계획하였고, 그 계획에 따라 ‘사랑을 실천하는 가정’에 역점을 두어 첫 번째 해를 보냈습니다.
올해 저는 ‘생명에 봉사하는 가정’에 역점을 두고자 합니다. 첫째 이유는 지난해 우리가 사랑에 주력했는데, 이 사랑이 생명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이유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죽음의 문화가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이 생명에 봉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가정이 복음적으로 쇄신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복음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복음적 가치관이 우리 가정에 깊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저는 작년에 제안한 구체적인 실천 사항을 올해에도 계속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첫째, 매월 마지막 주일에는 모든 본당에서 가정 성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합시다. 이때 가족 구성원들이 되도록 같은 미사에 함께 참여하여 서로를 위해 기도합시다.
둘째, 지구나 본당 차원에서 가정과 생명 그리고 사랑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함께 배우는 자리를 마련합시다. 교황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생명에의 봉사’를 빼어나게 설명하고 있는 ‘제4장 너희가 나에게 해 준 것이다’를 꼭 읽고 묵상합시다.
셋째, 각 가정은 ‘가정교회’를 이루기 위해 가정기도를 바칩시다. 옛 전통을 되살려 아침저녁으로, 아니면 적어도 저녁에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을 정하여 기도를 함께 바칩시다. 그리고 가정기도 후에는 부부가 서로, 또 부모가 자녀에게 안수기도를 합시다.
넷째, 첫 영성체 교리 때 되도록 부모와 함께하는 ‘가정교리’를 활용합시다. 가정교리는 “가정은 교회처럼 복음이 전달되는 곳이요, 거기서 복음이 빛나는 곳”(교황 바오로 6세)이라는 교회의 이상을 잘 구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젊은이를 환대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한편, 2027년 세계청년대회 준비 기도문인 ‘젊은이를 위한 기도’를 미사 전후에 바칩시다.
여섯째, 가족이 함께 교구의 성지들을 순례하여 순교자들을 현양하고 그 훌륭한 신앙을 본받읍시다. 물질만능주의와 극심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순교자들이 보여주신 모범처럼 하느님을 우리 삶의 첫째로 모십시다.
일곱째, 가정사목국이 가정의 성화를 위해 연례적으로 주관하는 각종 프로그램이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합시다. 이 프로그램과 행사는 특히 생애 주기별로 계획된 것으로서 가정교회를 이루는 데 아주 유익합니다.
여덟째, 그동안 실천했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밤 9시 주모경 바치기’ 운동을 앞으로도 지속합시다. 이 밤 9시 기도에 가정의 성화를 위해서도 지향을 두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후손들을 위한 “우리의 공동의 집”(「찬미받으소서」, 1항)인 ‘지구’를 살리고 피조물을 보호하기 위한 생태 영성을 실천합시다. 지구온난화를 막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교구의 ‘생태환경위원회’와 함께 기도하고 행동하되, 가정에서부터 실천하며 함께 노력합시다.
전주교구장 김선태 사도 요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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